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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Oct 10. 2022

나와 이야기하는 법



살면서 제법 다양한 운동들을 경험했다.

바꿔 말하자면 어느 종목 하나를 깊게 한 적이 없다는 의미지만, 운동을 전문적으로 할 생각은 없었으니 적당하다 생각했다.


경험했던 운동 가운데 가장 즐겁게 했던 건 러닝과 복싱 두 가지였다.


잘 때리고 빨리 도망가려는 게 아니다.


달리거나 샌드백을 때리고 있을 때면 힘들다는 생각에 내 몸상태 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운동이 끝나면 스트레스도 많이 해소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느낌은 점차 줄어들었고, 운동하는 내내 온갖 잡생각에 시달리며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운동을 마쳤을 때도 만족감이 들지 않다 보니 운동을 하지 않는 게으른 날들이 하루하루 늘어간다.


평소에도 집중을 유지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내 행동을 인지할 때면 한 가지 확신을 갖는다.


고민이든 걱정이든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태라는 것.




불교에 이런 말이 있다.


고통이 너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네가 그 고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여러 명언들이 그러하듯, 이 말 역시 이해하기는 쉽지만 받아들이고 그렇게 행동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내가 어떤 고통을 부여잡고 있는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고, 알아내었다 하더라도 그 고통을 붙잡고 있는 내 마음을 타이르는 건 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마음에 쏙 드는 장난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를 다독여야 하는 것처럼.


분명 그것을 붙잡고 있는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내게 표현하지 않고 꿍해있는 이유도 있을 테지.



문제는 나는 아직 내 마음과 대화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나마 글을 쓸 때만큼은 마음이라는 녀석이 고개를 빼꼼 들어서 이것저것 지적질을 해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은 그렇게 얘기해보자.

우리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무엇을 감춰두고 있는지.


글을 쓰며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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