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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Nov 05. 2022

브런치

여기는 뭐하는 곳인가?



브런치에 작가로 가입한지는 제법 오래됐다.

지우지 않고 남아있는 첫 번째 글이 2016년이니 벌써 7년이나 지났지만, 전체 글 수는 아직 40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6년에 글을 몇 개 올려본 이후로 글을 쓰지도 보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지나온 몇 년간은 업무를 위한 문서 외에는 글이라는 걸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난 8월부터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갑자기 글이 써보고 싶어 시작했을 뿐.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다 보니 희한하게 잘 써진다.

좋은 글은 아니지만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글로 잘 옮겨졌다. 그래서 그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 만으로도 재미있으니까.



예전에 올린 글 몇 개를 지웠다.

무엇을 전달하려는지가 느껴지지 않았고 구성도 좀 엉망 같았다. 그래서 발행 취소가 아니라 삭제를 눌렀다.

이제와서야 삭제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런 글조차 당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작은 흔적이었는데, 너무 간단하게 지워버린 것이다. 아까웠다.



몇 개의 글을 더 쓰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서 힘들었던 일들, 아팠던 일들을 애써 끄집어내서 감정을 듬뿍 담아 글을 써 내려갔다. 글을 쓰는 동안 잊어버린 옛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우울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즐거워 웃기도 했다. 아마 옆에서 누가 봤다면 미친놈인가 했을 정도로.



글을 올리면 좋아요 알림이 온다.

이 분들은 내 글을 읽긴 한 걸까?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좋아요라는 작은 버튼을 통해서 나를 응원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내 감정이 가득 담긴 글을 누군가가 보고 읽는다는 것이 좀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움도 있으니 만족스러웠다.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어졌다.

글을 읽는 분들에게 조금 더 잘 써진 글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써 내려간 글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담백하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건 참 쓸데없는 욕심이었다. 왜냐하면, 이 욕심 때문에 주기적인 글 쓰기가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작은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니지만, 그보다 내가 쓰고 싶은 콘텐츠에 집중하고 싶었다. 내 생활, 내 생각, 내 기억들을 좀 더 깊이 관찰하고 그 안에서 소재를 찾고 싶어졌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작가처럼 잘 쓴 글이 아니라, 글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찾는 일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쌓여있는 감정을 쏟아내는 도구다.

우울함을 쓰고 나면 우울함이 사라진다. 힘든 일을 쓰고 나면 이겨낼 방법이 떠오른다. 즐거운 일을 쓰고 나면 잠시나마 행복한 기억들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브런치는 연습장이다.

이곳에서 좋은 글이란, 내 이야기를 씀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전문적으로 잘 쓸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의 글을 평가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각자 쓰고 싶은 것들, 공유하고 싶은 것들,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쓰면서 응원을 받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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