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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듣는 이야기 #25

모든 계절

by 동민



맑은 날 찰랑거리는 물결 바라보는 걸 좋아해.

캠핑장에서 타고 있는 숯의 불꽃처럼 멍하게 보게 되거든.


높고 파란 하늘을 올려보는 걸 좋아해.

바라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거든.


짓궂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을 좋아해.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나를 차분하게 만들거든.


바람 부는 날 흩날리는 낙엽을 좋아해.

열심히 살아온 한 해의 끝을 자축하며 춤추는 것 같아.


구름이 많아 흐린 날, 구름이 흩어진 날을 좋아해.

노을의 붉은빛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거든.


뜨겁게 타오르는 날, 매섭게 찬바람 부는 날을 좋아해.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하는 것 같거든.


모든 계절과 모든 날씨를 좋아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살아있음을 느끼니까.


너를 좋아해.

나도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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