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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Nov 09. 2022

생각만

우물을 파야 물을 마시지



"나 때는 말이야!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면서도 틈틈이 공부도 하고 운동도 챙기고 어! 할거 다 했어!"



지금 내 심정이다.

예전에는 저 정도의 에너지와 목표와 자존감이 모두 있었다. 그리고 그 예전은 불과 3년 전인데, 그 이후로 속이 텅 빈 깡통이 돼버린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는 회복되겠거니 했다.

지금은 편안하게 잘 쉬면서 컨디션을 잘 회복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선택한 성급한 결정이 되어버렸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목표를 찾고, 목표를 향한 갈증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즐거움 속에서 에너지를 키우는 순환 시스템을 갖춘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야 자존감이 생긴다. 그런데 이 순환구조가 한번 무너진 이후로는 계속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 같다.


목표가 없으니 즐거움이 없고, 즐거움이 없으니 컨디션이 다운되고,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나지 않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씨앗을 뿌려대고 있다는 점인데, 사실 아직까지는 효과가 미미한 상태이다.


어릴 때는 넘치는 에너지가 있으니 선순환의 고리를 약간만 밀어줘도 잘도 돌아갔지만 이제는 그런 초능력이 없으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인데, 이 상태에서는 그만한 에너지를 만들 수가 없으니 이건 악순환이 분명하다.


목표는 아무거나 잡을 수 없고, 잡는다고 마음에 와닿는 것도 아니다. 즐거움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사람을 만나는 것뿐.

그런데 이것도 좀 묘한 느낌이 있다.


가까워졌다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멀게 느껴지고, 서로 잘 통한다 생각했던 사람과의 대화가 갑자기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가끔씩은 어떻게 다가설지를 고민하는 나를 보기도 한다.


평소에는 별거 아니라 여겼던 것들이 큰 사건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시기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내게 필요한 조언은 이미 정해져 있다.



- 고민에 너무 몰두하지 마.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지금은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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