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이 고장 났다.

#2 - 내 발음을 고쳐줘

by 동민



볼펜을 물었다.

예전에 어떤 아나운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과연 볼펜을 물고 연습하는 게 무슨 효과가 있겠냐 싶겠지만 한 가지 효과는 확실한데, 혀가 불필요하게 앞으로 나오는 것을 막아주는 연습이라고 한다.


발음이 나쁘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겠지만 나처럼 시옷 발음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훈련이 아닌가 싶다. 시옷을 발음할 때는 혀가 제 위치를 못 잡고 날뛰다 보니 항상 다음 발음에서 문제가 생긴다.



볼펜을 물고 뉴스 기사들을 읽었다.

세계(World), IT, 생활 세 가지 분류의 기사를 매일 30분씩 읽는 연습을 했다. 사실은 한 시간까지 해보고 싶었지만 턱이 너무 아파서 오래 할 수는 없었기에 30분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세계 분류의 기사는 발음이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 외국인의 이름, 도시 이름에서부터 세계적인 이슈까지 낯선 단어들이 많다 보니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단어 하나에서도 헤매기 일쑤였다. 그리고 글을 읽을 때는 다음에 나올 조사나 부사를 예상하는 버릇이 있는데, 세계 관련 뉴스에서는 이런 예상이 처참하게 무너진다. 글자를 확실히 보고 읽는 연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IT 분류의 기사는 익숙한데도 발음이 쉽지 않은 단어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IT 쪽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모르는 단어나 회사는 거의 없을 정도지만, 막상 글로 읽어보니 '나는 바보인가'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왜냐하면 요즘은 각 회사들이 매출을 발표하는 시기라 그런지 IT용어보다는 경제용어가 훨씬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익숙한 단어들 사이사이에 경제용어가 자리 잡고 있다 보니 문장 하나를 제대로 읽기가 힘들다.


생활 분류의 기사는 가장 읽기 편했다. 아무래도 익숙한 단어와 문장들이 많은 데다가, '생활'이라는 카테고리가 의미하는 것처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내용들로 구성돼있으니 편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 해서 마냥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읽기 쉬운 만큼 시옷 발음이 가장 거슬리는 내용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얻은 것은 통증뿐이다.

이번 한 주 동안 나름 열심히 연습해봤지만 발음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볼펜은 너무 물고 있어서 찌그러져버렸고, 턱 근육은 하루 종일 욱신거려서 오히려 발음이 더 힘들어졌다.


아무래도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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