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

#2 - 내 발음을 고쳐줘

by 동민



원룸에 살 때 지향성 마이크를 구매했다.


그때는 반지하이고 창문 앞에 담벼락이 있었기 때문에 외부 소음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조용한 방이었다.


아침에는 새들의 아침인사 소리에 녹음을 할 수 없지만, 오후부터는 적막하다 싶을 정도로 소음이 없어 녹음에 적격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주인 할머니 정도......


당시에는 녹음이 취미일 정도로 자주 했었는데 대부분은 동영상 강의 제작을 위한 내용이었다. 동영상에 내 얼굴이 나오는 걸 싫어하다 보니 대부분을 녹음으로 대체했고, 그 덕에 녹음과 편집은 질릴 만큼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 사는 곳은 4층인데 건물 앞으로 지하철이 다닌다. 작업공간으로 사용 중인 작은방에서 창문을 열면 지하철 승객과 눈이 마주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시력이 많이 좋아야겠지만.


덕분에 녹음을 하려면 지하철이 끊긴 밤 12시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래서 이사 온 이후 녹음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소음 때문이다. 정말로.



오랜만에 녹음을 해봤다.

그리고 지웠다.


이어폰을 넘어 달팽이관을 타고 들어오는 이질적인 목소리는 분명 내 것임에도 소음보다 더 나쁘게 들렸다. 내 주변 사람들은 이런 목소리를 어떻게 계속 듣고 있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 어색함은 당연한 것이지만 엉망인 발음과 제멋대로인 목소리 높낮이가 뒤섞이다 보니 말 그대로 쓰레기가 탄생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강제로 듣게 할 수 있다면 고문용으로도 적당할 것 같다.


하... 이거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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