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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Nov 14. 2022

연말은 야근과 함께



야근이 시작됐다.

이 업종에서는 늘 있는 일이다.


사람에게 바이오리듬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모여하는 일에도 리듬이 있는데, 업무가 많아지는 시기가 이제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야근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사람들만 남아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다.



야근이 시작됐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퇴근을 못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내 주변 공기를 데우던 체온들이 퇴근하고 나니 서늘함이 감돈다.


하루 종일 들려오던 사무실의 소음이 사라졌다.

적막함과 고요함 속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작은 소리만 울려 퍼진다.


묘한 긴장감이 내 몸을 감싸고

내내 피곤했던 정신이 또렷해진다.

야근하는 주제에 내심 무언가를 이루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한동안 잊고 있던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 기분이 싫지 않다.



그저 재미있어서 혹은 성취욕 때문에

밤새 공부하고 밤새 작업했던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나는 현실감보다는 이런 묘한 기분을 즐기는 사람이 아닐까.


이 야근이 연말까지 내 체력을 조금씩 갉아먹겠지만

상관없다.

재미만 있으면 됐지.



재미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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