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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Nov 23. 2022

소모전



자고 싶다, 쉬고 싶다, 놀고 싶다.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면

머릿속에서 작은 전투가 벌어진다.


일에 대한 생각과 점심메뉴를 고민하는 생각의 싸움.

동료들과 대화하자는 생각과 혼자 보내자는 생각의 싸움.

주말에 여행 가고 싶다는 싱숭생숭한 마음까지.


오전의 나는 난장판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싸움들을 구경만 할 뿐이다.


여러 사건이 있던 작년에 비해 체력도 멘탈도 제법 사람다워졌지만 내 머릿속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의무감과 성취욕과 휴식욕이 서로 머리 끄덩이를 잡고 내가 먼저라고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면 놀고들 자빠졌네 하는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싸움이 무승부로 끝나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만큼의 감정과 시간만 소비한 셈이니까.


사실 쉬어야 할 때를 한참 놓치긴 했다.

그 사이에 자라난 조급함과 불안감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결과임이 분명하다.


낯선 곳에서 잠시 쉬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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