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FAM 면접 도전기
일본 아마존은 미국 아마존과 다르게 중국회사처럼 미국 아마존과 일본지사의 합작 회사이다.
그래서 이름도 아마존 합동회사
나는 2번 응모하여 면접을 보게 되었고
첫 번째는 디바이스 부문 비주얼 디자이너 포지션, 두 번째는 결제부문 UX디자이너 포지션이었다.
아마존 재팬에서 디자이너 포지션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한국에서 흔히 채용하는 UI디자이너 포지션은 비주얼 디자이너 포지션이고, UX디자이너 포지션은 유엑스위주 프로토타입을 생성하는 디자이너를 뽑는다.
리쿠르팅 에이전시를 통해 응모하여 첫 번째 비주얼 디자이너 채용면접에서는 한 날에 1차와 2차가 같이 진행되었다.
오피스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대부분 영어이고 마케팅 쪽은 일본어로 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같았다.
1차 면접에서는 실무 면접관이 한국인으로 나는 영어보다 일본어가 편해서 일본어로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을 하였고, 면접관은 담당하게 될 업무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 주고 지금 있는 회사가 괜찮은데 왜 이곳에 입사하고 싶은지, 정말 궁금한 듯이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난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원해서 지원했다고 대답했지만, 피곤에 찌든 면접관의 얼굴과 일에 지친 모습에서 얼마나 아마존 생활이 힘든지 가늠이 되었다.
(그러고 그 한국인 매니저는 면접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었다)
2차 면접에서는 일본인 마케팅 팀장이 들어와 주로 인성 관련 질문을 하였는데 현 조직과 아마존 철학에 대해 설명하면서 인상 깊은 질문으론 주말에 주로 뭐하는지, 친구는 많은 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당시 일본에 온 지 1-2년 밖에 되지 않아 한국인 면접관에겐 긴장하지 않고 일본어로 대답이 가능했지만, 2차 땐 일본인 면접관이기도 하고 엄청 긴장한 채 대답해서 결국 떨어지게 되었고 역시나 면접 피드백을 보아도 한국인 면접관은 좋은 평가를 주었지만, 일본인 면접관은 언어가 보틀넥이라고 남겼었다.
*일본 비즈니스씬에서는 걸림돌, 장애물이란 뜻으로 보틀넥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 뒤로 몇 년 지나고 2022년 다시 UX포지션으로 직접 응모하여 면접을 보았고, 면접 프로세스로 3차인가 4차까지 있었으며 최종면접 전에 화이트보드 챌린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접 프로세스는 미국본사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다른 것은 비주얼 디자이너보다 UX디자이너가 더 자세히 자신의 능력과 레벨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고 STAR메서드를 이용해 아마존의 철학, 리더십 원칙을 암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창 코로나 때라서 1차 면접은 비디오 콜로 진행되었고 사전에 면접 프로세스가 쓰여있었지만, HR면접이라 알고 있었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어긋났다.
실무진 면접으로 2:1로 한 명은 동료 디자이너, 한 명은 매니저, 그리고 거의 매니저가 질문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질문을 하니 영어라 하였다.
나는 네이티브가 아닌 관계로 플랫한 발음의 일본인 영어는 참 듣기 어려웠고 그 둘도 딱히 생각보다 영어를 잘하지 않아 내가 메시지로 스펠링까지 전달한 단어도 갸우뚱거리며 알아듣지 못하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여러 번 있었다.
대부분의 질문내용은 인성질문보다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 도중에 프로젝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시간이 오버되어 프레젠테이션은 결국 다 끝내지 못한 채 서둘러 종료해야만 했다.
각기 다른 질문을 받아도 모든 질문의 끝은 그래서 이익은 얼마나 내었는가였는데 수치에 대해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본 적이 없어서 추상적으로 뭉뚱 그려 대답하였지만 나에게 집요하게 끝까지 정확한 수치를 요구했다.
그래서 면접이 진행되면 될수록 난 떨어질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기억 남는 질문으론 상사나 스테이크홀더의 의견에 반대된 자신만의 의견과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가 그래서 얼마나 이익을 내었는가 였는데 이 질문도 내가 정확한 수치를 대답할 때까지 끝까지 물어보았다.
인터뷰 전에 아마존 잡 인터뷰 검색하면 STAR 메서드를 이용해서 대답하면 만사 OK라는 식의 동영상과 글이 많았지만 “STAR” 보다 아마존 원칙보다 중요한 건 "수치"였다.
질문자체가 매출과 직접 연결된 영업이나 마케팅 사원이 아닌데도 모든 사원을 오로지 매출로만 평가한다는 것이 잔인하면서도 슬펐다.
지인들 말로는 부서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들 중에 아마존 안에서 괜찮은 부서에 대해서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정확히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주로 LP나 광고 배너 만드는 부서, 일본인이 많은 그 크리에이티브 부서는 절대 가지 말라는 친구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마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일본어로만 진행되고 일 처리방식도 일본식 스타일일 거라 외국인인 그 친구가 보기에 별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존은 높은 네임벨류와 글로벌 탑 IT 기업이지만, 결국 라쿠텐처럼 사원들이 일하는 환경이 좋지 않은 숨겨진 또 하나의 블랙기업이라고 나에겐 느껴졌다.
제시한 연봉도 구글이나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생각보다 높진 않았고 주말이나 휴가에도 부르면 언제든지 일해야 한다고 들었기에 내 삶을 포기하면서 대체가능한 소모품처럼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아마존에 대한 내 마음도 접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