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

새로운 가능성

by 김지원

기억난다. 모든 순간들의 밤들이. 모든 계절의 밤들이. 항상 반복되던 그 밤의 지속성은 어떤 경계에도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늘을 부유한다. 비가 내리기도, 눈이 내리기도, 온 세상의 축복의 소리를 품은 채로 그 자리를 조심스럽게 물들인다. 그러니 그 밤은 무한하다. 모든 가능성을 품어 주고 새로운 삶을 열어 주는 정말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이 밤은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기적은 모두의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현해 내는 사람은 한정된다. 기적을 포착해 획득되는 아름다움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행복과 기쁨,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 새로운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선택과 자유까지.


그래서 산책이 필요하다. 밤이 주는 기적과 아름다움을 누리려면 밤산책이 필요하다. 거기에는 많은 것들이 깃들어 있다. 살갗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과 계절을 품은 풍경들. 벚꽃과 푸른 나무, 형형색색의 단풍잎, 그리고 눈으로 뒤덮인 나무까지. 저녁 식사 후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자유롭게 모든 공간을 거닐 수 있도록 우리를 허락해 준다. 또 공원에서 들려오는 순수한 아기들의 웃음 소리는 지쳐 있던 부모들의 하루를 정리하게 하고, 내일의 하루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


밤은 그것들을 내어 준다. 가능성을 열어준다. 내게도 밤산책은 위로이자 즐거움이자 행복이자 기쁨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나는 다시 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일요일 연재
이전 03화사람과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