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침 하나로
별것 아닌 사람. 별것 아닌 사랑. 특별한 것이 아닌 아주 사소한 것들. 별것과 사소한 것에 대한 단상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사람과 사랑. 받침 하나로 무수한 것을 알려주던 이 삶은 우리에게 꽤나 기적 같은 일이었다. 다만 삶을 지독하게 괴롭히던 것이 있다면, 운명과 우연을 가르는 문제였다. 인간의 지성으로는 끝내 파악할 수 없었던 이 형이상학적 물음은 마치 단죄하듯 무수한 고통을 안겼다. 좌절과 극복, 슬픔과 기쁨 같은 것으로.
감성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인간의 지성은 마비되어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하거나 무한한 애정을 요구한다. 인간은 무엇에 속아 마비되는가. 사랑의 절대적 필요조건인 자기 사랑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필연적 운명 때문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면 내 입에서 한마디가 불쑥 튀어나온다. 그냥. 누군가를 사랑하며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이 낳는 행동, 그리고 두 인간의 상호작용은 관계적 성장을 위한 ‘그냥’이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사랑을 지배하는 것은 종종 돈이었다. 결혼은 어느새 별것과 사소함에서 도망쳐, 경제적 지위와 자본, 그 밖의 신분 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랑은 받침 하나만 다를 뿐 하나처럼 서로를 잇고 있다. 사전적으로 사람은 ‘인간의 됨됨이나 성질’을 뜻하고, 사랑은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마음을 베푸는 일’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사람은 사랑을 향유하기 위해 ‘인간의 됨됨이’를 갖추어야 하고, 사랑은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겠다. 그렇게 사랑으로, 자신과 타자가 서로의 삶을 아끼고 위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것은 그냥이다. 스스로 사람이 되기 위해 타자를 사랑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