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가벼움과 진지함

by 김지원

엄청나다. 특별하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이 두 단어는 인간에게 순간적인 환희를 안겨준다. 다만 이 환희는 너무 신비스러워서 일상을 잊게 만들고, 늘 특별한 순간만을 요청하게 만드는 속임수를 지니고 있다. 요즘 자주 쓰이는 말로 하자면 ‘도파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도파민에 빠지게 되면 일상적인 삶은 사라지고, 매번 즐거움만을 좇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즐거움의 끝에는 무기력이 기다리고 있다.


상담을 하면서 많은 내담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주제는 다양하다. 진로, 관계, 정서, 성격에 관한 이야기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이들은 대학생이 되면 반복되는 삶이 끝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불안을 끝나지 않고, 다시 반복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즐거움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곧바로 그 자리는 무기력과 불안으로 넘실댄다.


이 원인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는 그러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이 가득한 곳으로 향해야만 했다. 밤공기를 가득 채우는 귀뚜라미 소리. 돌이라는 장애물을 이겨내며 쏴아아하고 흘러내리는 물소리. 살갗을 스치며 따뜻함과 차가움을 전해주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자연의 위로는 특별하거나 엄청난 것이 아니었다. 아주 지극히 사소한 것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언제나 사소한 형태로 머물러 있는 것들.


나는 그런 사소한 것들을 사랑한다. 가볍고 진지하면서도 반복되는 삶을 다시 깨닫게 만들어주는 그것을 애정한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진지하지도 않은 그 경계선을 나는 늘 욕망하고 있다. 그렇게 삶을 지속해내고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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