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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남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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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이모 Oct 25. 2017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루이 14세의 첫사랑, 마리 만시니

루이 14세의 첫사랑을 마리 만시니. 재치 있고 유머감각 있고 나름대로 야망도 있는 아가씨에게 루이 14세는 푹 빠져버렸다.  그와 결혼하기만 하면 왕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리 만시니는 루이 14세의 마음을 독차지하기 위해 밀당도 제법 열심히 했지만, 삼촌의 방해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다섯 살에 왕위에 올라 높은 자리에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지만, 사랑만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남자 루이 14세는, 어머니가 짝 지어주시는 대로 마리 테레즈와 결혼한다.


어려서부터 "너는 루이 14세와 결혼하게 될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마리 테레즈는 스물두 살에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됐는데 고향인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로 시집온 그녀는 어리숙하기만 했다. 불어도 서툴러서 의사소통도 힘들고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해 방황하는 남편의 모습이 가장 낯설지 않았을까. 그녀가 꿈꾸던 결혼생활은 이런게 아니었다. 내세울 만큼 빼어난 외모도 아닌 데다가 마리 만시니처럼 재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패션감각마저 이상하다며 신하들이 조롱하는 게 느껴졌다. 아이를 여럿 낳았지만 한명만 살아남고 모두 어린 시절에 하늘로 떠나는 고통을 겪으며 마리 테레즈는 점점 더 소심하고 바보 같은 왕비가 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루이 14세의 아내, 마리 테레즈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살아야 하는 루이 14세도 불행하고, 나를 쳐다보지 않는 남자와 살아야 하는 마리 테레즈도 괴롭고-  그렇다고 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헤어질 수 있는 신분의 사람들도 아니었으니  상황은 날마다 최악이었다.  

마음의 외로움이 결국 몸의 병으로 드러난 것일까. 마리 테레즈가 병이 들었을 때, 그녀 곁을 지킨 사람은 뜻밖에도 루이 14세였다.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왕비로서 묵묵히 견뎌온 인내의 시간을 알고 있던 루이 14세는 결혼 생활 23년 중에 가장 긴 시간을 그녀 가까이에서 머물렀는데, 그를 바라보던 마리 테레즈는 [지금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생명이 꺼져 가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느껴질 만큼,  마리 테레즈는 단 한 사람의 눈빛과 손길을 오래도록 기다려온 것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던  이유는.

그 사람이 나의 슬픔에 무심한 이유는.

그 사람이 자꾸 나를 기다리게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나말고 다른 사람에게만 친절한 이유는.

그 이유는 단 하나.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 남의 사랑, 한 줄 요약

: 루이 14세는 어머니의 반대로 첫사랑과 결혼하지 못하고, 마리 테레즈와 결혼해서 외로운 결혼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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