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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남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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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이모 Oct 24. 2017

숨길 수 없는 마음의 방향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화가 마티스가 벽화작업으로 한참 바쁠 때 그의 작업실에서 허드렛일을 도와줄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채용했는데, 그 아르바이트생의 이름은 리디아 데렉토르스카야.

리디아는 어린 나이에 고향인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에서 공부했고 의대에 합격했지만 돈이 없어서 학업을 중단했다.  그래서 다양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벌던 중에 마티스의 작업실에 들어오게 됐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마티스가 얼마나 대단한 화가인지 알지 못했다. 미술에 대한 관심도, 예술에 대한 지식도 없었던 리디아는 마티스가 시키는 대로 일하고  때가 되면 돈을 받는 걸로 충분했다. 마티스도 꽤 까다로운 사람이었지만 리디아가 워낙 총명하고 똘똘하게 조수 역할을 해준 덕분에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쯤 지났을 무렵 마티스가 아르바이트생 리디아를 모델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화폭 안에 담긴 리디아는 매력적으로 빛을 발했다.  단순작업을 돕는 아르바이트생에서 모델이 된 리디아는 마티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한 몸에 받는 여인이 되어 마티스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그의 곁을 지키는 조력자로 남았다.

하지만- 마티스와 리디아만 행복하다고 해서 모두 다 해피엔딩은 아니다.


마티스는 리디아를 만나기 전에 이미 아멜리와 결혼한 유부남이었고, 중간에 다른 여자를 만나 동거생활을 하다 돌아와서 이미 조강지처 아멜리의 가슴을 찢어놓은 경력이 있다. 그래도 다시 돌아왔으니 이제 정신 차리고 잘 살겠거니... 했는데, 리디아가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남편의 작품을 잘 도와주는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왔다고 해서 아멜리도 고맙게 여겼다.  하지만 마티스가 리디아를 모델로 그린 작품들을 보면서 이 남자와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마티스는 리디아를 만나기 전에는 아내를 모델로 그림을 자주 그렸고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마티스가 그린 아내의 초상화는 그다지 예쁘지 않아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 이보게. 마티스. 아내를 좀 예쁘기 그리는 게 어떻소?

-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델을 그릴뿐이지 새로운 인물을 창작하는 게 아니오!


[모자를 쓴 여인] /  모델 : 아멜리

실제로 아멜리의 얼굴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정말 못난이라고 해도 얼마나 서운했을까. 내가 아무리 못났어도 남편 눈에는 예뻐보이고 싶었을텐데.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없지 않았겠지만 예술가의 아내로서 마티스를 이해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런데 리디아를 모델로 그린 작품은 달랐다. 아멜리의 초상화가 투박하고 차가운 느낌이라면 리디아의 초상화는 아련하면서 따뜻하다. 두 그림 속의 여인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다르다.


[푸른 눈] / 모델 : 리디아

남편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깨달았을 때  아멜리는 얼마나 슬펐을까.

그녀가 남편에 대한 미련을 접을 때 이 노래가 흘러나왔더라면 위로가 됐을까.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 김광진 [편지]


감출 수 없는 마음의 방향.

숨길 수 없는 사랑의 흐름.

그것이 한 여자에게는 기쁨이 되고, 한 여자에게는 슬픔이 된다.

                  

(-왼쪽 그림이 아멜리 /  오른쪽 그림이 리디아-)

* 남의 사랑, 한 줄 요약

: 앙리 마티스는 리디아라는 예술적 동반자를 만나 행복하게 작품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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