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40.
| 전자렌지에 '40초'만 데우세요
| 아이스크림 '40개'만 사 오렴
| 신입사원을 '40명' 뽑겠습니다.
40초나, 40개나, 40명을 꼭 집어 강조하는 일은 드물다. 30이면 30이고, 50이면 50이지 40은 뭔가 불명확해 보인다.
시간, 넓이, 거리, 부피 온도를 나타내는 다양한 단위를 갖다 붙여도 어정쩡한 회색 같아 보이던 숫자 [40] 뒤에 나이를 나타내는 단위 [살]을 덧붙여본다.
40살.
역시 비슷하다. 매력이 없다. 어중간하다.
젊은이도 늙은이도 아니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깊지도, 넓지도 않아 보이며, 재밌을 것 같지도 않고, 부러워보이지도 않는다.
마흔 살.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도 그렇고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될 때도 인생에서 아주 새로운 스토리와 등장인물이 담긴 새로운 막이 열리는 것처럼 관심이 집중되지만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넘어갈 때는 조용하다. 왜냐하면 40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제 늙는 일만 남아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오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지나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누가 나이를 물어볼까 두려워지는 40대.
은근슬쩍 30대의 후배들과 더불어 '(의외로) 젊은 40대'로 살고 싶어 지지만 마흔 하나가 되고 마흔둘이 되면 30대를 그리워할 에너지도 서서히 소멸된다. [40]이라는 숫자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 밖에 방법이 없다.
마흔이 넘어가자 전에는 없던 또 하나의 눈이 생기는 것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이해할 수 없던 것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놀라운 확장.
그러니 쉰, 예순, 일흔 살에는 또 어떨까.
시간은 우리에게 더 많은 눈을 가져다 주리라 믿게 되었다.
- 박금선 /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 중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서서히 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 즐거움 뒤에는 쓸쓸함과 허전함이 그림자처럼 따라오긴 해도, 그럼에도 괜찮은 시간이다.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이고, 이해가 되고 마음이 열리는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직 [40]이라는 숫자를 가져보지 못한 이들은 쳇, 콧방귀를 뀔지도 모를 일.
한 살 아니라 한 달이라도 젊은 게 좋다고 하겠지만- 여보시게. 40대 미만의 젊은 이들이여.
그대들이 아무리 능력이 있고 빼어난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40]의 세상에 들어오게 될 거라네.
다들 어서 오시게, "웰컴 4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