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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joicewons Feb 25. 2023

긴 종이뭉치를 토해내는 기기를 보는 듯한 아찔함

리뷰엉이와 김춘삼 폭로사건을 통해


최근 (구)신사임당 주언규씨의 유튜브 강의에 대한 논란이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주언규, 김춘삼, 현승원 님의 유튜브 채널은 모두 영상을 내린 상태이다.


사건은 리뷰엉이라는 과학유투버가 김춘삼이라는 유튜버의 실상을 폭로하는 영상을 올린 것으로 시작되는데, 김춘삼이 자신의 영상과 정말 비슷한 섬네일, 내용으로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김춘삼의 저작권 위반 의혹과 함께 주언규씨와의 인터뷰 장면을 재편집해 올렸는데, 주언규씨가 김춘삼이 리뷰엉이 영상 - (조회수가 잘 나오는) 유투버의 영상 - 을 어떻게 재편집 해서 올렸는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그것을 대단하다며 칭찬했고, 리뷰엉이는 이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이 폭로 영상이 논란이 되자, 주언규가 김춘삼의 영상 제작방법은 본인이 가르친 방법이라면서 “구독자가 1000명이 되기전에는 잘 되는 유투버들의 뜨는 영상을 참고해, 비슷한 섬네일과 내용으로 만들어보라”고 고백했고, 조회수가 높은 유튜브 영상을 분석해주는 노아ai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동안 주언규씨는 방송과 자신의 유튜브, 클래스 101 등 수많은 채널에서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이 프로세스에 대해 소개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소식을 접하고서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생각이 났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것을 한두번 학습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김춘삼이 자신의 채널에 계속해서 그런 영상으로 채운 것은 명백한 저작권 위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리뷰엉이는 자신이 하나의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침해받고 보호받지 못함을 호소하였고, 김춘삼을 폭로하였는데,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건 자신이라고 고백한 주언규씨의 말 때문에 더 큰 이슈로 번진 것 같다.


마침 챗GPT의 시작으로, 인공지능의 윤리적 규제가 화젯거리가 된 시기에 어쩌면 맞물려 먼저 검열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런 강의를 듣고도, 남들이 다 하니까,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따라했다. 누구하나 이의제기 없이 흘러오지 않았는가. 가르친 사람도, 그걸 보고 따라한 사람도 자신 스스로를 거울에 비추어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읽은 <모모>에서 요즘 쉽게 말하는 유튜버들과 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잘 생기고, 말을 잘하는 관광 안내원 기기. 그는 이야기를 꾸며내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듣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했다. 그러나 시간저축은행의 회색신사를 만나고 난 후, 기기는 유명해지고, 점점 바빠지고, 그러다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고 의미없는 말들만 반복하는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왜냐하면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모두 회색신사들을 만나 저마다 시간을 아끼느라 모모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고, 혼자서 회색신사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모모는 어느 날 어지러운 꿈을 꾼다.


꿈에서 기기는 끝없이 긴 종이 뭉치를 입에서 토해내고 있었다. 기기는 자신을 꺼내달라는 애타는 표정이었지만, 자신이 토해낸 종이 뭉치에 쌓여 빠져나오려고 하면 더 숨이 막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자신이 뱉은 말에 평생 책임을 지고 살아간다. 내가 뱉은 말은 내가 가장 많이 듣게 된다. 내가 하는 말이 곧 나의 성품이다.


나는 요즘 어떤 말을 하고 있나? 토해내는 종이뭉치에 스스로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우리에겐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작은 수다의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자신을 늘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혼없는 로봇에게 세상을 빼앗기는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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