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아주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가서 책사냥을 했어. 사실 읽을 책들이 항시 대기 중이라..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책방이나 출판사 SNS를 통해서 계속 신간소식을 접하다 보니,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만 보고 직접 서점에 올 일이 드물어졌거든. 그러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어.
맘에 드는 샛노란 표지에 “일제강점기 어린이 수필“이라는 문구에 손이 저절로 가게 되더라고.
저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가면서 한일관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일제강점기를 연구해 왔다고 해. 그러다가 한 소년의 작문을 영화화한 <수업료>의 원작을 발견하면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해. 1938년 일본어 교육정책 중에 하나로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과 조선인 소학생 전체를 상대로 글짓기 경연대회를 열게 되는데, 그 수상작들을 모은 <총독상 모범 문집>의 글들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어.
책에 수록된 어린이들의 수필 몇 편을 읽다 보면 그 어떤 유명한 작가의 글도 아닌데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상이지만, 그 시간을 일상으로 살아간 어린이들‘의 존재가 왜 이리도 큰 울림으로 와닿는지. 기록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되는 시간이었어. 그게 어린이들의 글이라도 말이야.
“유난히 추웠던 조선 반도에 바람이 쌩쌩 불지 않고 퓨퓨(ピューピュー) 불던 시대, 기관총을 빵야빵야 쏘지 않고 파치파치(パチパチ) 쏘던 시대, 비행기가 윙윙 날지 않고 부부(ブーブー) 날던 시대를 살아가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