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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joicewons Jun 16. 2021

[01] 18일간의 남장일주

여정의 시작점에서 생긴 일 (옌치)


방학을 맞아, 18일 동안 우루무치의 남쪽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남장(南疆)일주! 거점지역으로 초대받은 친구네 집을 중심으로 루트를 짰다. 물론 이동하는 중에는 혼자 둘러보고 싶은 곳,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을에서는 혼자 숙소를 써야 할 수도 있다.

총예산은 2,000元 (환율 200원/元, 약 40만 원)
위구르 사람들의 찐 생활상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도 되고, 친구들의 가족들도 만나면서 방학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너무 기대되는 여행이다!


 

[남장 여행루트]

우루무치 - 옌치* - 쿠얼러 - 쿠처* - 바이청 - 악수* - 호탄* - 치라 - 위티엔 - 호탄 - 피샨 - 예청 - 사처 - 카쉬가르* - 우루무치

*친구네 집
남장여행의 시작! 옌치로 갑니다.


7:10 출발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 우루무치 남역으로 출발한다. 18일간의 길고도, 짧을 것 같은 남장 여행이 드디어 시작됐다.


7:40 우루무치 남역 도착

기차역에 도착했다. 너무 빨리 도착했다. 이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여유롭게 자리 잡고 앉아서 긴장되는 마음과 출출한 배를 달래주려 사모님이 싸주신 옥수수를 꺼냈다. ㅎㅎ 맛있게 냠냠!


8:38 기차 탑승!

기차는 잉워라고 딱딱한 의자인데, 10년 전 감숙성의 닝샤에서 타본 기억으로는 견딜만했던 거 같은데, 너무너무 불편했다. 좌석은 덜 딱딱해진 거 같은데 의자가 완전 90도로 직각이다. 자고 깨고를 반복하다가 송이가 만들어 준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투루판, 허칭을 지나 3시간 50분 만인 12:40 옌치에 도착했다.


12:40 옌치도착

역에 나가니 붙어있는 파출소에서 신분증 검사를 했다. 출구에는 친구와 친구 아빠가 마중을 나와 계셨다. 함께 30분 정도 택시를 타고 갔는데, 도착한 동네가 참 깔끔하고 잘 정비되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옌치는 회족(回族)자치현이다. 대부분 회족이 많지만, 향, 촌에는 위구르 마을이 많다고 한다. 소수민족이 많이 모여있는 신장지역에는 현마다 이렇게 소수민족자치현으로 구성된 지역도 종종 있는 걸 볼 수 있다. 아! 내 친구는 위구르족이다.


13:30 친구 집 도착

친구네 집에 도착하니, 나이가 조금 있으신 이모님과 100세가 넘으시지만 건강하신 할머니, 쿠얼러시에서 공부하는 남동생(12살), 친구네 엄마가 나를 반겨주셨다. 친구네 집 구경과 함께 내 소개 타임이 이어졌다. 미리 준비해 간 미니 사진첩과 위구르어 책자로 어른들과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도로도 그렇고 동네가 참 깨끗하다고 얘기했더니, 이 동네가 1년 전에 새롭게 정비해서 그렇다고 한다. 예전에는 쿠얼러에서 옌치까지 차로 1시간 걸려 왔는데, 20-30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집 앞 마당 구경중
우리나라 시골풍경이랑 아주 비슷하다
집집마다 꼭 한마리씩 있는 양. 메헤헤-
나, 친구, 친구네 엄마랑!

날씨가 조금 추웠다. 비도 오고…!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 집에 들어오니, 이것저것 먹거리들이 쏟아진다.


친구네 엄마가 해주신 옥수수와 따판지(닭볶음탕과 비슷한!)를 해주셨고, 저녁엔 양고기찌아오즈(물만두)를 해주셨다.

샛노란 옥수수
위구르식 식탁^^ 항상 난과 함께!
따판지! 우리나라 닭볶음탕과 비슷한데 정말 맛있다!
보이시는가? 넉넉한 인심이..! 만두소는 양고기와 야채가 들어있다.

식사를 하면서, 아빠랑 대화를 많이 하게 됐는데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여러 방면으로 박학다식하셨다.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생각하시는 분이셨는데, 대화가 너무 재밌었다. 남동생도 아주 똘똘하고 잘 생긴 친구였다. 12살인데 쿠얼러에서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한참 재미있게 서로 이야기를 하고, 저녁이 되어서 친구 방에서 같이 잘 준비를 하려는데, 친구네 아빠에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그리고는 이내 가족회의가 열린다. (속사포 같은 위구르어로 대화중..) 내 생각에 외국인 등록(등지)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가족들끼리 회의를 마친 뒤, 친구가 미안한 표정으로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해준다. 역시나. 옌치현에서는 가정집에 외국인이 숙박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경찰이 지정한 외국인이 숙박 가능한 옌치현의 4성급 호텔에서만 숙박이 가능하다고 했다. 경찰이 그곳에 이미 연락을 해 놓았으니, 오늘 밤은 꼭 거기서 묵어야만 한다고.


친구는 자기가 초대를 했는데, 같이 하룻밤을 묵게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는지 계속해서 정말 많이 미안해했다. 엉겁결에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준비해 간 선물(마스크팩과 샘플 화장품 등)을 부모님께 드리고, (그 와중에) 가족들과 함께 다 같이 단체사진도 하나 남기고,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면서 내일 아침 호텔 앞에서 만남을 약속했다.


그렇게, 나는 친구네 아빠의 오토바이를 타고, 약 20분을 달려서 시내의 가장 큰 호텔에 도착했다. 숙박비는 가장 저렴한 방이 1박에 200원 (약 40,000원)이었다. 총 여행경비가 2,000원인데 ㅋㅋ 눈물을 머금고 친구가 없는, 호화로운 호텔방에서 나 홀로 잠을 청했다.


여행 첫 날 밤, 뭔가 속상하기도 했지만.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이 옌치 시내를 한 바퀴를 돌아볼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친구네서 같이 저녁을 맞이하지 못한 건 너무나도 아쉽다.



1일 차 여행경비

기차 62원

숙박 200원

총 262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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