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joicewons Mar 30. 2021

[01] 밥은 먹고 다니니?

우루무치의 아침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적응이 좀 됐구나’ 싶었던 순간은 아무래도, 현지에서 먹는 음식들이 낯설지 않고, 친숙하게 느껴질 때가 아닐까요?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냄새와 맛을 기록해봅니다. 우루무치 맛 좀 보실래요?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중국어. 흔히 비속어로 익숙한 말이지만, 일상이 된 중국에서 내가 가장 많이 건넸던 말이었다.


你吃饭了吗?
밥 먹었니?


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평소에 아침은 잘 안 챙겨 먹고 다녔다. 그리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점심시간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배고파서) 출근길에 종종 지하철역 앞에서 파는 김밥을 사서 먹거나, 동료들이 사 온 아침 요기거리들을 나눠먹거나 하는 정도로 아침을 때웠었다. 아침잠이 많아, 밥 먹을 시간에 잠을 선택하는 사람인 편이라서 ^^


그런 내가, 중국에서 아침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때는 바야흐로 2016년 여름, 5명의 팀원들과 처음 우루무치를 방문했을 때였다. 한국인 선생님의 소개로,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아침식사를 파는 식당에서 그 인연이 시작되었다.


내 사랑 빠오즈(왕만두), 그리고 흑미죽과의 첫 만남, 2016 우루무치

훗날 바로 이 곳이 나의 아침 패턴을 바꿔놓은 놀라운 기적의 식당이 되었다! (ㅋㅋㅋ)



어디든 여행을 가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조식을 챙겨 먹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일상에서 매일 아침을 챙겨 먹는 것은 좀 달랐다.


그런데 우루무치가 아닌 다른 중국의 도시를 여행할 때도 보면, 중국인들은 상당히 아침을 잘 챙겨 먹는 민족이었다. 중국어를 잘은 몰라도 아침에만 여는 식당, 아침에만 파는 메뉴들이 항상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중국인들의 80%가 아침을 챙겨 먹는다고.. 그러니 아침을 파는 식당, 아침을 사 먹는 문화가 너무 당연한 것.


중국 공식 아침메뉴 요띠아오(오른쪽), 2017 아커수

중국 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공식 아침메뉴는 바로 텅 빈 꽈배기 같으면서도, 바싹하고도 쫄깃한 식감을 가진 기름에 튀긴 빵. 요티아오다. 여기에 또우장이라는, 두유보다는 조금 가벼운 콩국물을 함께 마시곤 한다.




2월경 우루무치에 도착해, 3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고 정신없이 적응을 하다 보니 5월이 되었고, 눈이 많이 내리는 추운 우루무치에도 어느새 봄이 왔다.


날이 따듯해지면서 아침 기상시간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가만히 못 있는 나는) 계획과 목표를 만들기 시작했고, 아침 조깅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루의 일과는 신장 시간으로 아침 10시에 학교 수업을 시작으로 했기 때문에 오전 시간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공원에 모여 체조하는 사람들. 중국의 흔한 아침풍경 2017 우루무치


아침에 일어나서는 세수만 하고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문을 열고 밖을 나설 때, 좋아하는 찬양도 듣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날을 눈으로 담아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하늘 한번 쳐다보기도 하고 2017 우루무치


그렇게 매일, 같은 루트를 돌다가 집으로 들어와 씻고, 학교에 가면 배가 너무 고팠다. 점심시간이 1시 30분부터였으니..


그래서 아침운동 후에 아침을 챙겨 먹는 방법을 나름대로 찾기 시작했다. 요거트를 좋아하니까 요거트랑 콘프로스트를 사놓고 먹기도 하고, 과일이 많으니까 대체해서 먹기도 하고, 들어오는 길에 빵구경하다가 식빵을 사놓고 먹기도 했다. 참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으나 일주일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는 내 입맛을 사로잡은 메뉴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만두였다.


그리하여 운동 위한 조깅이 아닌, 아침식사를 위한 아침 조깅이 되긴 했지만, 덕분에 아침산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어느 새 아침식당의 단골손님이 되어갔다.


만두 3-4알, 흑미죽 1접시로 행복했던 아침의 순간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든 어디서든 아침을 챙겨 먹는다는 것은, 전날 저녁부터 준비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엄마가 챙겨줬지만, 수없이 바쁘다는 핑계와 배 아프다는 핑계로 거절하며 안 먹었던 날들의 아침 식탁들이 사뭇 떠오른다.


그러니 서른이 넘어서야, 지리적 독립을 하고 나서야 아침을 챙겨 먹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은 참 놀라운 변화였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가진 아침을 (간단히) 사 먹는 문화가 적어도 내게는 참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추석에 놀러온 동생들과 함께 행복한 아침식사 2017 우루무치

우리나라에도 우리나라 특색을 살려 학생들, 직장인, 어르신들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아침을 파는 식당들이 더 많이 생기면 어떨까. 맛있는 아침을 먹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건 좋은 습관이니까.


니 츠 짜오 판러 마?


오늘 아침식사 하셨나요? 저녁에 집에 가면서 내일 먹을 아침메뉴를 구상해, 새로운 아침루틴을 시작해보시는 건 어떠신지!

아침 꼭 드세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다음편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03] 제 친구랑 인사하실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