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꽁트의 재발견

by 소심한 주피

인생은 아름다워. 1997년 제작

감독 : 로베르노 베니니

출연 :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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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98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루비노 로메오 살모니의 이야기와 그의 저서 "결국 나는 히틀러를 물리쳤다(In the End, I Defeated Hitler)"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음악상, 외국어영화상, 그리고 베니니 감독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3관왕을 수상했다.


20 여년 전에 보고 남았던 건 두 세 장면과 펑펑 울었다는 강렬한 기억


오랜만에 큰 화면(코모이도이 영화시사회)에서 보다.

가족 간의 사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다시 보니 프로그램 형식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제작비 문제와 글 쓸 작가 및 연기할 연예인도 사라지면서

라디오 장르에서 사라지고 있는 '꽁트'에 대해


같이 본 사람들 중에는 앞부분이 지겹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꽁트 형식으로 바라본다면 무척 공들여 계획된 장치 속에서

자잘한 웃음과 방심할 때의 큰 한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웃음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남는 그 씁쓸한 현실의 정치사회문제에 대한 포착


예전에는 꽁트 프로그램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지만

전영미 배칠수의 9595쇼를 제작해 보고 나서는

(그래도 이 프로그램 덕분에 상도 2개를 받았고)


꽁트로 하는 시사 및 사회 풍자 프로그램의 어려움에 대해서 알게 됐고

(제작비와 제작인력에 있어서)


<인생은 아름다워>는 알찬 꽁트로 구성된 정치 및 사회 풍자의 대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등 굵고 단단한 기둥 사이로

넌센스 퀴즈 포함, 말과 행동으로 하는 꽁트의 자잘한 기술이 무수히 들어가 있다.

두 기둥을 여러 굵기의 가지가 굽이굽이 안고 묶고 도는 느낌.


하지만 잔기술이라 말하기 어렵다. 당시의 전쟁과 차별에 대해 심각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잘지만 묵직한 주먹들. 잽으로 보이지만 스트레이트에 가까운 파워.


꽁트는 일단 웃음이 먼저다. 그리고 남는 건 정치 및 사회적 이슈에 대한 느낌.

그 대비가 클 수록 꽁트의 존재가치는 커진다.


정치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사회상을 다 나열할 필요도 없다. 한, 두 장면으로 보여주면 된다.

그 다음 장면으로 해결해 주면 웃음과 설명이 모두 있는 셈이다.

이런 작은 해결들이 모여 큰 갈등을 보여주고 또 큰 해결이 있게 된다.


꽁트는 비속어로 니쥬와 야마가 적재적소에 타이밍 맞게 연이어져야 한다.

니쥬가 길면 늘어지고 받아치는 속도가 떨어져도 재미가 없어진다.

설명이 길면 안된다. 설명은 야마 한 방과 함께 모든 걸 이해하게 되는 구조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꽁트와 풍자가 된다. 심각하지마 웃을 수 있는 해학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9595쇼 이후 제대로 된 정치 및 사회 풍자 콩트를 보지 못했다.

다들 앞 설명이 길거나 한방이 약하거나 왔다갔다 치고 받는 호흡이 느린.

이를 위해선 치밀한 원고가 필요하며 연기자의 칼같은 호흡이 더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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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10 여년 전 제작한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그 프로그램의 가치와 이 영화의 가치도.


<9595쇼>의 시그널도 그립고.

같이 한 연기자들도, 작가들도.

안부를 슬쩍 묻고 싶은 날이다.


6월 말에 재개봉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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