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산만함에 대한 인문 교양서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by HEMIE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The Plenitude of Distraction

천천히 사유할 때 얻는 진정한 통찰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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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a Van Zuylen 머리나 밴줄렌 / 박효은 옮김 / 2025/ 다산초당




현대인은 넘쳐나는 정보에 허덕이며 유행도 쫓아야 하고 자신의 개성도 표출해야 하는 동시에 자신의 분야에서 두르러지는 성과도 내야 한다. 그 변화의 사이클은 너무도 빠르다. 도무지 한 가지에 집중할 수가 없는 자기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저자 머리나 밴줄렌은 '유익한 산만함'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천천히 사유할 때 얻는 진정한 통찰의 기쁨을 예찬하는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The Plenitude of Distraction』을 2018년에 집필했다. 2025년 5월 다산초당에서 번역본이 출간되었는데, 원제와 같이 ‘산만함의 풍요로움’으로 번역되었다면 독자에게 더 매력적이고 친근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과 성찰을 이끌어내는 인문 교양서이다.



작가는 산만함의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여유와 느긋함, 관찰과 사색으로 충만함을 느끼고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음을 많은 학자와 현인의 말을 통해 알려 준다. 결국 산만함과 집중은 이분법적으로 나뉠 수 없으며 이 둘 사이에서의 균형과 공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가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떠한 산만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독단적인 자세는 우리의 삶을 메마르고 자기중심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감각적이고 지적인 자극을 끊임없이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는 정신의 산만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한 걸음 물러나 사유하는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돌아왔을 때 오히려 예기치 못한 통찰이나 창의력의 발산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160쪽 분량의 글은 가볍게 읽히다가도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하는데, 중간중간 지면 가득 실려 있는 사진은 우리의 사유를 돕게 하는 장치 같기도 하다. 철학자, 시인, 소설가 등 당대로 이름 있는 지성인들의 사유를 한 번에 탐닉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매력이다.



산만함을 정신의 충만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강박에서,
나아가 독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목표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 과정에 깃든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지나쳐 버린다면 우리 삶은
너무나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이 작은 책을 읽으며 여러분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기적들에 다시금 눈을 뜰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창조적 경감에 관하여 (p.13)







어떤 행위를 하든 그것이 삶을 충만하게 하는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몽테뉴 (p.67)



다양한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제공되는 정보는 즉각적인 반응을 하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부추긴다. 그래서 우리는 즉시 반응하지 않으면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경쟁자에게 뒤처진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니체는 반추라는 개념을 내세워 어떤 일이든 깊이 성찰한 뒤에 반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신적 여유를 가지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p.77)




빠른 걸음으로 목적을 향해 가는 것보다

느긋하게 사색하며 집중력을 발휘할 때

예기치 못한 통찰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천천히 읽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을 자임한 니체 (p.85)



자율성에 대한 욕구를 가진 우리는 산만함에 이끌리면서도 그것을 거부한다. 정신의 산만함과 혼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것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매슈 크로퍼드에 따르면, 자율성은 “사회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무조건적인 의지가 순수하게 발현되는” 자유다. 이처럼 자율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게으름은 더 이상 악덕이 아니라 노동 윤리에 맞서는 투쟁이며 획일적이고 타율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p.97)



주변을 인식하거나 사유할 때, 우리는 본래 일관되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감각적이고 지적인 자극에 끊임없이 방해를 받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p.99)



과도한 집중이 자기중심적이고 유아론적인 반면,

산만함은 타인과의 유대와 연대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p.106)



〈칵테일파티 효과〉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시끄러운 장소에 있어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들은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존재하는 동시에 부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한 사람과의 대화에만 집중하려 애쓰면서 나머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려고 하면 엄청난 정신적 피로와 혼란이 유발된다. 그러니 흄이 말한 것처럼, 산만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여러 상황이나 감정으로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존중해 보면 어떨까? (p.108-109)



우리는 대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인식을 행동으로 옮긴다.

앙리 베르그송 「물질과 기억」 (p.126)



몽상과 현실, 예술과 삶, 우연과 필연 등 상반되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서로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육체와 정신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p.133)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처지, 세상의 성공과 실패에서 완전히 벗어나 마침내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경화로 바꾸어 놓는다. 바로 거기에 내적 해방으로 가는 길이 있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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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주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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