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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MEE Jul 06. 2023

알고리즘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갖고 싶은 가방이 하나 생겼다. 다만, 아주 작은 크기에 비싼 그 명품가방을 한국에서 구할 수 없어 애석하였다. 퇴사 후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자축 선물을 요량하고 있었기에 차선책으로 인터넷쇼핑을 택했다. 그런데, 포털과 SNS에 가방이름을 검색한 후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여느때처럼 포털사이트 뉴스기사를 클릭해 읽고 있는데, 기사글 중간에 배치된 광고가 눈에 띄었다. 내가 찾고 있는 가방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나도 모르게 광고로 시선을 돌렸던 것이다. 클릭해서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불현듯 내 검색어와 방문사이트 이력을 기반으로 상업적 광고를 보여주는 것에 ‘내가 동의 하였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더 무서운 것은 동의하지 않은 광고를 보면서 동요되는 내 마음이었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한 층 더 정교했다. 추천받은 상업적 광고들은 하나같이 내 취향저격이다. 심플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생활용품, 비건(vegan) 화장품, 단아한 신발이 서로 자신을 봐달라고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훑어보다... 살펴보다... 프로필을 클릭하여 장바구니에 채워 넣고는 이내 창을 닫곤 했다. 이성을 되찾고 보면 나의 물욕과 팔랑귀가 너절했다.


내가 게시물을 얼마 동안 보는지, 좋아요를 누르는지, 그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 알고리즘이 사고의 패턴을 점차 확증편향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가드 올리고 경계 태세를 갖출 차례다.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편향된 데이터만 수집하여 보여주는 건 아닌지 의식해 볼 일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할 일이 아니다.


아! 그렇지만 난 그 가방을 결국 직구했다.


2021년 11월 15일 월요일 오후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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