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터널 선샤인
사랑이 뭘까.
사랑하는 노래가 하나 있다.
혁오의 '공드리.'
기타 선율과 하얀 눈같이 따뜻한 가사가 좋다.
‘새벽 그림자 사이에
뜀박질 하는 불빛은 모닥불 같아.
선선한 아침의 노을
저기 아래는 우리의 보금자리야’
보슬보슬한 가사가 나를 가지럽힌다.
사랑은 보금자리다. 따뜻하고 소중한 그런 보금자리.
보금자리는 추억으로 완성된다. 추억은 서로만 공유하는 감정으로 쌓인다. 단순한 식사도 사랑하는 둘이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식사가 되고 단순히 걷는 걸음도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걸으면 걸음은 완벽해진다. 사랑은 그렇게 쌓인다. 사랑은 추억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쌓이는 추억만큼 아주 가끔 서로에게 미움을 주기도 한다. 미움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미워해도 여전히 사랑한다. 사실 나는 이별을 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 사랑은 함께하는 것이다.
나는 추억으로 사는 동물이다.
10년 가까이를 연애하면서 내가 지나온 모든 곳에 추억이 쌓였다. 동네 골목길부터 부산의 시장거리까지. 대한민국 많은 곳에 추억이 쌓여있다. 나는 아주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 지나온 거리를 다시 걷는 상상을 하는데 그런 상상을 할 때 마다 내가 다음에 이 곳을 지날 때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하는 상상을 한다.
나의 모든 상상의 미래에는 그녀가 있다. 그녀가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그녀가 없는 과거 역시 상상할 수 없다. 나의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재 모든 곳에 그녀가 존재한다. 아주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가끔 서로 함께했던 즐거웠던 순간을 잊기도 한다. 애인이 했던 말을 잊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애인에게 혼나는 것도 두렵지만 정말 어쩌다 ‘내가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지.’하는 상상을 한다. 애인에게 혼나는 것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더 두렵다. 추억도 기억도 잊어버리기 싫다.
영화 속에서 사라져가는 추억을 걱정하는 조엘에게 클레멘타인이 말한다.
“그냥, 음미하자.”
음미할 수 없다.
쌓아온 추억을 아주 오래 지키고 싶다.
겨울의 붕어빵처럼 품속에 간직하다가 천국에서 같이 맛있게 먹고 싶다. 나의 이터널 선샤인, 나의 영원한 보금자리와 이별하지 않고 싶다. 영원히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