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베스킨라빈스에 들어간 기분입니다.

by 이성혁

솔직한 마음을 보낸 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잘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8월 말 시험을 쳤습니다. 벌써 9월의 중간도 지났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쓸 이야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복잡해서 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솔직한 마음이 아니었다면 앉아서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앉기 전까지 긴 시간과 생각을 보냈습니다. 시간과 생각을 들여도 돌아오는 것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앉아서 노트북을 폈습니다. 하나씩 솔직한 마음을 적어 보자는 생각으로요. 이 글들 역시 정말 솔직한 마음들입니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는데 긴 겨울밤을 자는 기분입니다. 늘어지고 느려졌습니다. 달리기는 거의 하지 않고 어떤 날은 앉아 있는 시간보다 누워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스스로 물어봐도 답을 할 수 없어서 다시 다른 생각을 합니다. 생각이 릴스처럼 쉽게쉽게 바뀝니다. 여러분은 평소에 무엇을 하고 보내시나요? 최근 보고 싶었던 것들을 보고 있습니다. 미뤄두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를 보았습니다. 김남길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좋았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아쉬워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보았습니다. 끝까지 결말을 잘 마무리하는 드라마는 몇 없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소설을 쓰고 싶은 이유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문장을 읽으며 나열된 사건을 읽고 호기심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쓰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요. 두꺼운 소설을 몇 달째 읽고 있습니다. 하루에 수십 페이지를 읽기도 하고 한 페이지를 몇 주 동안 읽기도 합니다. 소설을 읽을 때 집중을 잘 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소설은 너무 재미있지만 읽다 중간중간 다른 생각을 합니다. 주의력이 좋지 않은 것도 맞습니다. 심각하게 ADHD 검사를 고려 중입니다. 아무튼 어떤 생각들을 하냐고 말씀드리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그걸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알 수 없습니다. 아는 것은 제 나이뿐입니다. 하루하루 나이만 먹고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점점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 세상 모든 일에 자신이 없어집니다. 마음에도 환절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뜨거운 날도 있고 비가 내리는 날도 있고 한없이 차가운 날도 있습니다. 환절기가 여러 번입니다. 그래서 면역이 약해집니다. 쉽게 감기에 걸리는 마음입니다. 마음의 내성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숲물결에서 편집 중인 책이 인쇄 바로 전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가제본 두 번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책이 예쁜 것 같습니다. 제 글이 실리지는 않지만 새로운 물성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역시 즐겁습니다. 살짝만 다듬고 다음 주에 인쇄를 시작합니다.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만들고 원고를 만드는 일(글을 쓰는 일)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삶은 사랑하는 일로만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혼란스럽습니다.


기존에 하던 것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아니면 유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삶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도 오답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고를 수 없는 것은 마치 베스킨라빈스에 들어간 기분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는 맛있게 즐길 것인데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저는 정말 저를 모르겠습니다.


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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