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떠나기 한 달 전, 아이의 설렘
주말 아침을 먹으며, 아이에게 미국에 가게 되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물었다. 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엄마, 원래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잖아.
근데 요즘은 콩콩콩콩 뛰어. 너무 설레고 기대돼.”
예상하지 못한 아이의 한마디에 내 마음속에 쌓여 있던 걱정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렇게 아이는 매일 디데이를 세고 있었다.
어느 날 퇴근해 집에 돌아오니, 아이는 ‘미국 생활 시간표’를 만들고 있었다. 50분 공부, 10분 휴식. 야무진 규칙까지 세우며 이미 그곳에서의 하루를 살고 있었다.
설렘을 숨기지 못하고 만나는 친구마다 미국 이야기를 하더니, 학교에서는 타임캡슐을 만드는 수업 시간에 손을 번쩍 들고 “저 미국 가서 이거 못 열어보니까, 미리 주시면 안 돼요?” 하고 말했다고 했다.
사실 처음에는 달랐다. 미국에 갈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때 아이는 단호하게 싫다고 했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고, 어디선가 미국은 “무서운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할머니와 살겠다고 선언했다.
그 완강했던 마음이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지난 겨울방학, 호주에서 보낸 한 달이 결정적이었다. 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이 생각보다 즐겁다는 걸 몸소 체험하며, 아이는 미국도 그와 비슷할 거라는 기분 좋은 기대를 품게 된 모양이다. 여기에 선생님들의 따뜻한 격려와 친구들의 부러움 섞인 응원도 아이의 용기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아이는 한국에서 3학년을 고작 한 달 반 정도 다닌 뒤, 오는 9월 미국에서 4학년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학년 변화에 엄마인 나는 걱정이 앞서지만, 정작 아이는 그 변화마저 즐거워한다.
밝게 자라줘서, 그리고 다가올 변화를 기꺼이 반겨줘서, 오늘은 새삼 아이에게 참 고마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