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9만 원, 사 먹을 수 있을까

미국 가기 전, 현실적으로 다가온 걱정

by 르르베

나의 고향은 맛의 고장 전주다. 어릴 때부터 맛있는 음식이 당연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먹는 것에 진심이다. 끼니를 대충 때우는 날은 거의 없다. 바쁜 하루가 예상되는 날일수록 아침을 더 든든하게 챙겨 먹는다.


산호세에 호텔을 검색하다가 이런 후기를 하나 봤다. “근처에 식당이 많아서 편리해요.” 구글 맵을 켜서 식당을 눌러봤다. 삼겹살 1인분 $50, 약 7만 5천 원이다.

여기에 팁 20%를 더하면 9만 원. 그런데 누가 삼겹살을 1인분만 먹나. 기본이 2인분이다. 한국처럼 인당 2인분에 된장찌개 추가하면 인당 20만 원이 넘는다.

심지어 1년 전 메뉴판이라 지금은 더 올랐을지 모른다.


삼겹살이 9만 원이라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산호세의 높은 물가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가 간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내가 가려는 곳이 어떤 곳인지 조금씩 현실로 다가왔다.


그 순간, 내가 익숙하게 살아온 일상이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먹고 싶으면 주저 없이 무엇이든 먹었다. 계절마다 제철 음식을 찾아 먹고, 예약이 어려운 스시 오마카세도 자리를 구해 갔다. 핫하다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인앤아웃 버거만 가게 되는 것 아닐까?


이게 처음 겪는 물가 충격은 아니다. 사실 지난 1월, 호주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물가에 놀라 ‘1인당 GDP’를 검색해 본 적이 있다. 호주는 한국의 약 2배, 산호세는 무려 한국의 약 6배에 달했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한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사 먹던 한 끼가 산호세에서는 사치가 되고, 외식은 하나의 이벤트가 될 것 같다.


내일은 삼겹살을 먹으러 가야겠다.

이 정도 물가라면, 산호세에서 돌아올 때쯤엔 웬만한 요리는 뚝딱 해내는 요리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