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두 번째로 프랑스에서 맞이하는 새해다.
작년에는 남편 가족들과 간단하게 수다를 떨고, TV를 보며 조용히 보냈다. 올해는 시부모님이 친구들과의 파티로 자리를 비우게 되어, 시동생 커플과 우리 부부가 함께 새해 전야를 보내게 됐다.
사실 크게 다를 건 없다.
한국에 있을 때도 나는 가족들과 소소하게 새해를 보내는 걸 좋아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좋지만, 이렇게 조용하고 단정한 연말이 나에게는 더 잘 맞는다.
어떻게 보낼까, 무엇을 먹을까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민했다.
어떻게 보내지? 뭐 먹지?
먹는 건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마침 장을 보다가 사두었던 또르띠아가 있었고, 불고기 해먹을 수 있는 고기와 양념도 남아 있었다. “타코 해먹으면 어때?”라는 말에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사실 메뉴를 정한 건 꽤 즉흥적이었다.
새해 전야라 문 연 마트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 갈 수 있었던 동네 작은 마트는 가격이 꽤 비싼 편이었다. 최대한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고, 꼭 필요한 토마토만 사왔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볼거리는 시동생 커플이 넷플릭스에서 영화 몇 편을 골라두었다.
우리는 저녁 7시에 요리하기로 하고, 그 전까지 낮잠을 자기로 했다.
어쨌든 이 날은 새해 전야.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이어질 밤을 대비해 프랑스식으로 시에스타(siesta = 낮잠)를 즐기기로 했다.
남편과 나, 그리고 강아지 미아까지
한 이불 속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비로소 ‘아, 오늘이 정말 올해의 마지막 날이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잠에서 깨어난 뒤엔 시동생 커플과 함께 요리를 하고,
영화를 보며 “Santé!” (짠!) 하고 잔을 기울였다.
TV에서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불꽃놀이 영상이 흘러나왔고,
시계가 0:00을 가리키자 우리는 차례로 서로의 볼에 가볍게 키스를 하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프랑스식 인사, Bisous.
프랑스에서는 새해가 되면
우리나라의 “새해 복 많이 받아”처럼 이렇게 말한다.
“새해 잘 보내고, 건강하자.”
어느 나라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인 것 같다.
몸의 건강도, 마음의 건강도.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으니까.
이상하게도 아직 새해라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5년 일기장에 습관처럼 또다시 ‘2025년’이라고 적어 내려간다.
소소하고, 차분하게 지나간 새해 전야.
하지만 가족들과, 친구들과 애정 어린 인사를 나누며
올해는 조금 더 힘차게 살아보자고,
각자가 바라는 것들을 향해 성실하게 걸어가 보자고
조용히 다짐하게 됐다.
어쩌면 나에게 이 프랑스의 새해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속에 스며든 새로운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올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무리 없이, 그리고 의미 있게
하나씩 이루어지기를.
늘 건강하시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글로는 다 담지 못한 그날의 분위기를
영상으로도 남겨보았다.
조용하고 따뜻했던 캉브레의 새해 전야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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