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의 마인드셋

(feat. 프랑스인들에게 눈치란)

by 리라이프

우리 집은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맞벌이를 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여러 집을 오가며 자랐다.


어쩔 때는 고모 집,
어쩔 때는 이모 집.
엄마 쪽이 8남매라 이모네, 외삼촌네를 한 집씩 다 돌아가며 지냈다.


3~4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부모님과 한 집에서 쭉 살았던 기억보다
사촌 집, 친척 집에서 보낸 기억이 더 많다.

모두들 잘해주셨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줘도
‘남의 집’이라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어린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아, 여긴 눈치를 봐야 하는 곳이구나.


그저 부럽기만 했던
아빠, 엄마, 아이가 한 집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풍경들.

그 환경 속에서
나는 눈치력이 자라났다.
센스도 함께.


이 집에서도, 저 집에서도
미움받지 않고 잘 지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익힌 생존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출처 - pinterest




성인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사회생활 잘한다.”
“센스 있다.”
“눈치 빠르다.”
“일머리가 있다.”

그 말들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아, 어릴 때 그렇게 이 집 저 집 다닌 덕분에
그래도 이런 능력은 생겼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살아갈 때나 사회생활하면서는 분명 도움이 됐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람의 눈치, 상황의 눈치를 너무 보게 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 다움’이 뭔지 모르겠어졌다.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이 먼저였고,
내 솔직한 마음보다
상황이 먼저였다.


20대 중반쯤부터 이 감정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20대 후반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좀 되찾고 싶다.’
‘진짜 나로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고,
책을 읽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의식적으로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갔다.


다행히
조금씩 나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줄 알았다.




출처 - 무한도전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는.


프랑스인들의 눈치력은

정말, Another level이다.


눈치가 없다는게 아니다.

단지, 프랑스인들은 정말 눈치를 안 보는거다.

타인의 시선에도,
괜한 기대에도.


“이건 내 자유야.”
“공공질서에 문제없으면 되는 거 아냐?”

이게 기본값이다.


하고 싶은 말은 하고,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싫으면 싫다고 앞에서 말한다.


참…
나는 그게 안 된다.

남들 시선을 1도 신경 안 쓰는 레벨은 아직 너무 높다.


나는 아직 소심하다.
동생은 나를
‘순두부 멘탈’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잘 받는 타입이라..ㅎ


그런데 문제는, 이 성향이 프랑스에서는
'독(toxic)'이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내가 느낀 필수 마인드셋은 딱 세 가지다.


1. 당당해야 한다.
(그냥 뻔뻔할 정도로)


2. “어쩌라고?”의 태도를 가질 것.
(내 탓 아님, 네 문제임)


3. 눈치 보지 않기.


여기서는 모든 게 ‘권리’다.

말 안 할 권리,
거절할 권리,
지금 하지 않을 권리.


누구도 그걸로 나에게 눈치를 줄 수 없다.


출처 - pinterest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에서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아왔던
이 ‘눈치’라는 능력이

프랑스에서는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냥 막 해도 돼.”
“그 사람들 신경 안 써.”
“다 이해해 줄 거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나의 한국에서의 태도가 지금은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아, 그건 지금 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당신이 그렇게 말해서 생긴 일이잖아요.”


… 나는 아직
그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 못한다.



출처 - 무한도전


그래서 요즘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걸
어쩌겠냐고..!!! (내적 마음소리)


눈치를 보는 나도 나고,
그 안에서 버텨온 시간들도
다 나의 일부라고.


프랑스식으로 갑자기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대신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나의 영역을 넓혀보자고.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이 되기보다

눈치를 보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아마 지금의 나에게는
그 정도가
가장 현실적인 성장일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서도 당당하고 멋진 한국인이 되기 위해..

이 세계에 적응 중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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