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 가고 싶다. 도서관에 모야 작업실 가구 재료/도구를 배치하고 나면 거의 가 볼 일이 없다. 도서관에서 항상 환대해 주시고 와줬으면 하는 바람도 전해지지만 목적 없이 발길 붙이기가 쉽지 않다. 가끔 아니 종종 우리는 공상을 한다. '커다란 캠핑카에 신기한 재료와 도구를 잔뜩 싣고 언제 간다 기약 없이 깜짝 방문해서 작은손들과 신나게 공작을 하는 거야.' '작업실이 아닌 밖에서 만들기 캠프를 하는 거지.''트럭 운전은 물고기 혼자 한다고? 힘들어서 안돼. 할 수 있어!... 몇 번의 공상은 모 스트리밍 회사와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곧 정신 차리고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기획을 시작해 6월에서 9월까지 출동한 워크숍의 이름은 '만들기의 반대말은?'이다. 12개의 도서관을 방문해 100명에 가까운 작은손을 만나고 왔다. (제천 내보물1호와 별내 위스테이에서는 파일럿 프로그램 참여로 도움을 받았다)
이 문서는 제1부와 제2부로 구성된다. 제1부에서는 '해체하는 만들기'란 무엇인지, 작은손에게 왜 이 작업이 필요한지, 워크숍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제2부 '출동: 만들기의 반대말은?'에서는 워크숍의 진행 과정, 현장의 에피소드, 그리고 작은손과 오른손의 피드백에 대해 다룬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전시회에서 흥미로운 작품을 보았다. 네덜란드 디자인 스튜디오 DRIFT의 '머티리얼리즘'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이는 전구, 핸드폰, 자전거 등 일상적인 제품들을 분해하여 기본 재료로 환원시키는 시리즈 작품이다. 알루미늄, 접착제, 구리, 고무 실리콘, 금, 니켈 등 각각의 재료들이 사각형 큐브로 제작되어 마치 도시의 빌딩들처럼 보인다. 이 큐브들을 조용히 관찰하면서, 작품 제목에 언급된 노키아 핸드폰을 생각해 보고, 이 재료들로 만들어질 '새로운 무언가'를 상상해 본다. 관람객에 의해 폐기된 물건들은 다른 상상력으로 무한히 확장되며 새로운 사물로 거듭난다.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사물을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사물의 가치는 인간의 사용에 의해 결정되며, 가치를 잃는 순간 버려지곤 한다.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오래된 것'을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된다. 사물을 단순히 인간의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고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릴리쿰은 그동안 '물건 분해하기', '물건 최후의 날'등 사물의 다시 쓰임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했다. 만들고 분해하는 두 과정을 경험하게 되면 사물을 쓰고 버리는 당연한 과정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브루노 무나리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워크숍을 만들었다. 그의 책 '판타지아'에서는 창작한 것을 모두 부수고 다시 시작하는 활동을 소개한다. 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지식을 터득하고, 이미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절대적인 가치 부여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나리는 작업물을 남기기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방법, 기획하는 방법, 그리고 문제에 직면했을 때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의 혹은 타인의 작품을 해체하면서 얻는 지식과 경험은 만들기를 할 때 못지않다. 작품은 비록 전시선반이나 거실 장식장 위에 놓이지 못하지만 해체하는 만들기를 했던 경험은 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종종 습관적으로 익숙한 도구와 재료를 사용한다. 릴리쿰에는 레이저 인그레이빙 머신이라는 기계가 있는데, 이는 레이저 빔으로 재료를 자르거나 문양을 새기는 도구이다. 아크릴, MDF, 두꺼운 종이 등을 자르는 데 주로 사용된다. 처음에는 다루기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할 때 '레이저를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이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레이저로 자를 수 있는 재료를 우선시하게 되며, 기계를 사용할 수 없을 때는 작업하기가 싫어진다.
우리는 모야에서 비슷한 사례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글루건만을 너무 많이 사용해요.", "도착하자마자 글루건을 찾고, 떠날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아요." 만약 우리에게 레이저 인그레이빙 머신이 마법의 도구라면, 어린이들에게는 글루건이 진정한 '핫 아이템'이다. 매끄러운 플라스틱 조각들을 몇 초 만에 붙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리한 것은 없다. 종이, 스티로폼, 나무, 수수깡, PET에 이르기까지 글루건을 사용하지 않은 작품을 찾기란 어렵다. 도구가 주는 편리함도 좋지만,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플라스틱을 묶어볼까? 미끄러워서 잘 묶이지 않네. 구멍을 뚫어볼까? 송곳, 드릴로 가능할 것 같다. 망했다. 그만할까. 아니, 왜 굳이 붙여야 할까? 떨어뜨려 놓으면 안 될까? 아니, 그렇게 하면 멋이 없잖아.' 내 작업을 의심하고, 질문하고, 시도하며, 실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릴리쿰에 있던 레이저 기계가 고장 났다. 수리비용이 너무 비싸서 수리하기가 막막하다. 잠시 당황했지만, 결국 우리는 다른 제작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사용한다. 제작에 필요한 시간이 늘어 여전히 불편하지만 안될 것 같다는 막막함이나 망설임이 줄었다.
우리는 작은 손들이 평소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 가지 도구에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만들기 방법을 탐색하고, 작품을 스스로 분해하고 재료를 공유함으로써 사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짐 싸기
1. 릴리쿰 멤버들 : 진행과 만들기 대장을 맡은 물고기, 거친 도구를 잘 다루는 대장장이 상호, 새로운 재료를 가지고 온 까나리, 기록학자 호랑
2. 새로운 도구 : 요란하지만 성능이 좋은 타공 펀치, 힘이 좋은 드릴, 플라스틱도 자르는 초음파 커터, 손잡이가 뭉툭해 쥐기 쉬운 송곳, 무겁지 않은 고무망치
3. 못 보던 재료 : 잇거나 끼워 연결하는 대롱, 홈을 파서 끼울 수 있는 평면 재료, 묶거나 꿰어서 연결하는 가느다란 재료 등 접착을 하지 않고도 연결할 수 있는 재료를 가져갔다. 선인장의 머리카락으로 연출한 정수기 튜브는 단단하지만 뼈대를 만들기 좋다. 에바폼은 홈을 파서 끼우기 쉽고 넓은 면적을 활용해 만들기 바닥처럼 사용하는 것을 기대했다. PVC 주름 수도관은 쓰임이 다양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 듄에 나오는 사막괴물의 몸체였는데 길고 널찍한 관을 통해 무언가를 발사하는 무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4. 연습키트 : 해체가 가능한 만들기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재료 모음 / 아이스크림 막대 두 개와 고무줄 / 정수관과 빨대로 만든 삼각형 / 구멍이 뚫린 에바폼 세 개 / 하얀 캡슐 안에는 여분의 빨대와 볼트와 너트, 할핀, 플라스틱 고리, 바늘과 실, 정수관 한 개가 들어 있다.
5. 샘플키트 : 다양한 결합 방법 예시를 볼 수 있는 상자 모음(7종)
6. 만들기 베이스 :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게 영감을 주는 재료이다. 미스터리한 봉투에 담겨 각기 다른 재료, 모양으로 제공된다. 어떤 모양을 떠올려 베이스에 작업을 이어가거나 해체하여 나만의 모양을 만들 수 있다.
7. 미스터리 봉투 : 재밌는 표정으로 흥미를 끄는 역할. 봉투 안에 만들기 베이스가 하나씩 들어있다.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봉투를 여는 순간 ‘이게 모야!!!’라는 공통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장본인이다 :-D
8. 나의 만들기 카드 : 무엇을 만들었고 어떤 재료를 썼는지 기입할 수 있는 시트이다. 작업이 끝난 후 작성하고 간단한 작품 설명과 그림도 그려 넣을 수 있다.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체크하고 분해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다.
9. 글루건 프리 메이커 인증 배지 : 글루건을 사용하지 않고 해체가능한 만들기를 한 작은손에게 주어지는 해방된 글루건 캐릭터 배지.
출동 준비를 끝으로 1부는 여기까지. 2부에서는 만들기의 반대말을 찾으러 출동한 현장 모습을 전해드릴 예정이다. 글루건을 못쓰는 황당한 워크숍을 맞이한 작은손들은 제대로 작업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궁금)(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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