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고퀄리티

월간 실패 2012년 2월호

by reliq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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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이 공작의 첫 워크숍은 레고와 간단한 전자부품으로 장난감 램프를 만드는 거였다. 잉여짓도 공들여, 퀄리티 있게 해보자는 뜻에서 ‘쓸데없는 고퀄리티'라 이름 붙였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고퀄리티'라 이름 붙일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납땜용 인두로 겨우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레고 피규어에 구멍을 뚫고, LED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여러 가닥의 전선으로 얼기설기 스위치와 전지를 연결했다. 아직 지식이 일천할 때라 저항은 붙일 생각도 못 했다. 결국, 씨익 웃는 얼굴에 눈 부분은 휑하니 뚫려 초록색, 붉은색의 빛을 내는 - 레고 무비의 호러 버전에나 어울릴 법한 결과물이 나왔다. 굳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손가락으로 어설프게 꼰 전선과 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울퉁불퉁한 구멍이 보였다. 그나마 레고에 구멍을 뚫어 조립한 스위치만 그럴싸했다.

이걸로 괜찮나? 싶었는데,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사실 우리도 즐거웠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내내 알록달록한 레고는 녹고, 쪼개지고, 괴상하게 연결되었다. 가끔 그건 어린애들이 잠자리의 날개를 하나하나 뜯으며 즐거워하는 것처럼, 잘 만들어진 ‘공산품’을 망쳐 ‘제 것'으로 만드는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뭐 어떠랴 싶다. 모두가 즐거웠고, 드레멜로 레고를 갈아내느라 레고 조각을 잔뜩 흡입한 장 씨를 제외하면 다친 사람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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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장난감 #전자회로 #빛나는레고 #돌아보니그것도고퀄리티는아니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