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수리 자가수리

월간실패 2012년 3월호

by reliq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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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워크숍을 끝내고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폰 자가수리 해볼까?”라는 장씨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아이폰은 하드웨어의 폐쇄성이 강한 기기인데 이런 아이폰을 뜯어보자는 제안은 단단한 자물쇠로 잠겨 있고 절대로 열지 말라고 적혀 있는 상자를 열어보는 것 만큼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우린 ifixit.com 이라는 웹사이트에 이미 자가수리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수리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사이트를 둘러보며 그들의 덕력에 감탄사를 내뱉다가 메뉴 한쪽에 위치한 <Repair Manifesto 수리 선언문>를 만나게 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장은 “IF YOU CAN’T FIX IT, YOU DON’T OWN IT” 이었다. ‘고칠 수 없다면 소유한 것이 아니다.’ 라니... 뒤통수를 한방 맞았다는 표현 혹은 무릎을 탁 친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마치 주문에 홀린 듯, 이 자가수리 정신에 매료되었다. 뜯어보자. 해체해서 안을 들여다보자. 라는 욕구가 내면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아이폰 하나를 구해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한번은 자정까지 7시간이 넘도록 멀쩡한 각자의 아이폰을 뜯어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액정 하나를 망가뜨렸고, 또 다시 고쳤다. 가벼운 입김에도 훅 날아가버리는 작은 나사 몇개를 영영 찾을 수 없었던 것만 빼면, 우리의 자가수리 기술은 점차 완숙해지고 있었다.


ifixit_self-repair_manifesto_900x1390.jpg https://www.ifixit.com/Manifesto


#수리선언문 #아이폰 #불면사라지는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