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용자는 없는가

월간실패 2012년 4월호

by reliquum
cover2012-4.png


우리는 기어코 아이폰 자가수리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속을 알 수 없다면 소유한 것이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담아 포스터를 만들어 내보냈다. 자가수리 참여자 모집에 대한 호응은 기대보다 컸고,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많은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직접 자가수리를 해보겠다는 (사)용자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워크숍은 아이폰 기종별로 2번에 걸쳐 진행을 했다. 참가 최종 스코어는 3GS 편에 2명 그리고 4/4S 편에 2명. 도전을 자원한 지인 한 명씩을 포함하면, 모집 홍보를 통해 우리가 만난 용자는 겨우 2명이었던 셈이다. 뜨거웠던 반응에 비해, 이렇게 용자가 없는가...라는 아쉬움도 컸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부담스러운 아이폰의 ‘가격’ 때문이겠지만, 내가 직접 하면 ‘실패' 할 수도 있다는 생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자가수리 정신에 공감하는 (사)용자들과의 오븟한 만남은 우리 모두에게 설레이는 순간들을 만들어주었다. 한 단계 한 단계 자가수리를 돕고, 직접 해나갈 때의 기쁨은 실패의 두려움을 이긴 것에 대한 보상 그 이상이었다.

또한 유의미했던 것은, 이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물건의 수명과 고쳐서 쓰는 것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생산의 알고리즘과 물건의 생애, 내 눈앞에서는 사라졌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쓰레기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척 할 수 없게끔 강한 자력을 내뿜는다. 생산과 놀이 이면에 우리가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들을 발견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으로 우리의 여정을 안내했다.


002 _ 아이폰자가수리.png


#수리수리 #자가수리 #(사)용자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