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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quum Jul 15. 2019

스테가노그래픽 니팅 클럽

 

안녕. 저는 릴리쿰의 '호랑'입니다. '릴리쿰'은 제 지인이 쓴 (읽자마자 빵 터졌던) 표현을 빌면 '늘 되게 신기한데 항상 뭔지 모르겠는, 네버 엔딩 실험실'입니다. 이번 여름, 릴리쿰 스테이지에서는 멤버 각자의 뭔지 모를 실험실을 실험하고 열고 있어요. 저는 제게 할당된 '호랑의 실험실'을 <스테가노그래픽 니팅 클럽>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스테가노그래픽 니팅 클럽(Steganographic Knitting Club) -우리말로는 암호뜨개단- 에서는 코드와 암호화에 대해 연구하여 이를 뜨개로 변환하는 작업을 실험합니다. 니팅 머신을 이용해 암호가 숨겨진 편물을 만들어 내는 행위를 기본으로 하며, 구성원들의 생각에 따라 확장 가능한 프로젝트입니다. 


암호뜨개단은 1700년대의 혁명과 여성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받은 프로젝트입니다. 'La Tricoteuse(라 트리코테즈)'는 뜨개질 하는 여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프랑스 혁명에 앞장섰던 '뜨개질 여성'들을 칭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혁명을 묘사한 위 그림의 오른쪽 상단을 보면 뜨개질을 하면서 단두대로 끌려가는 이를 예리하게 노려보고 있는 여성들이 보입니다. 찰스 디킨슨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도 주요 인물인 테레사 드파쥬가 벽난로 옆에 앉아 모자와 양말을 뜨개질하면서 단두대로 보낼 사람의 이름을 암호로 짜 넣는 장면이 묘사됩니다.(아직 직접 읽어보진 않음) 이렇게 프랑스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당시 여성들의 활동상과 여권, 시민권, 참정권 주장을 근대 페미니즘 운동의 시작으로 보기도 합니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는 페미니즘을 제대로 학습하려는 움직임과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실천들이 이어져 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에 공감하는 여성으로서, 평범한 여성들이 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발신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들기'를 삶의 태도로서 성찰하는 실험가로서, 제작이라는 행위와 이 관심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니팅(Knitting)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사실상 '니팅 머신'이라는 기계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몇년 전 언메이크랩의 '양털폭탄연구실'에서 실물을 처음 보았고, 그 작동 방식에 놀랐었죠. 시간이 흘러 작년에 릴리쿰 스테이지를 만들면서 이 신기한 기계의 세계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여기도 알면 알수록 넘나 깊은 세계...풍덩...허우적...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말하는 니팅 머신은 보통 '편물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횡편직기입니다. (직물을 만드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그 툴의 종류 역시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를 잘 구분해서 사용하면 덕후처럼 보일 수 있겠..응?) 네. 아래 제가 직접 촬영하여 백만년만에 편집한 짧은 영상에서 횡편직기의 작동 방식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횡편직기는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한데요. 바늘의 간격에 따라, 혹은 완전 수동 조작 모델인지, 천공 카드* 사용 모델인지, 프로그램 입력 모델인지 등에 따라 다양한 모델의 제품들이 있습니다. 

*천공 카드(punch card)는 데이터를 표현하기 위해 규칙에 따라 직사각형 모양의 구멍을 뚫어 사용하는 종이 카드로서 초기의 저장매체이다. 천공 위치에 구멍을 뚫거나 뚫지 않음으로서 하나의 비트를 나타날 수 있다. 


릴리쿰 스테이지는 3가지 종류의 니팅머신을 1대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펀치 카드 니팅 머신 SILVER REED SK280 모델을 주로 다루어 볼 거에요.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올드 머신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새롭습니다. 기계 상태는 미개봉. 거의 새 것. 엄청 아름답습니다. 이 녀석을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며 실컷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

이게 암호랑 뭔 상관이고, 뭘 한다는 건지... 잘은 모르지만 스멀스멀 감이 오는 분. 분명 있을 거예요. 당신의 유전자는 이런걸 원하고 있을거에요. (스왈라 스왈라)


그 유전자에 영감을 팍팍 얹어줄 자료가 있습니다. 몇년 전 언메이크랩에서 진행했던 양털폭탄연구실, 그리고 전자양털폭탄연구실 자료를 보시면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이런 주제와 제작, 공동 창작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초대합니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기획) - 물감도 모으고(연구) - 색칠도 하고(제작) - 발표도 (전시 또는 행동) 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암호작성술도 파헤쳐보고 싶고, 현대사회와 암호화에 대해 주제 의식을 가지고 얘기해보고 싶기도 하고, 암호를 패턴화하고, 니팅머신을 다루는 법을 익혀서 패턴을 짜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짜여진 암호 메세지를 비밀리에... 

이 모든걸 다 해보진 못하겠지만, 모인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함께 연구하고 제작하는 실험실이 될 거에요.


잠깐 TMI 

cryptography 암호 작성(해독)술
cryptanalist 암호 해독자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는 데이터 은폐 기술 중 하나이며,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에 삽입하는 기술 혹은 그 연구를 가리킨다. 크립토그래피(cryptography)가 메시지의 내용을 읽을 수 없게 하는 수단인 반면, 스테가노그라피는 존재 자체를 숨긴다.


프로젝트 참여 자격 필수조건 3가지

- 기호, 코드, 암호에 관한 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 

- 기계에 대한 호기심과 덕심이 있는 사람

- 협업, 공동 작업의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 (능력에 잉여 시간이 포함됩니다)


프로젝트 예상 일정

8월 : 킥오프 미팅 1~2회

9월~11월 : 주 1회 정도의 정기 모임 진행 (온오프라인 병행, 오프라인 모임은 릴리쿰 스테이지에서)

12월 : 전시 및 발표회 (릴리쿰 스테이지 예정)


신청 방법
아래 구글 신청문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forms.gle/UWQhyHwRYfwq1E9p8





제작, 놀이, 실험의 무대. 릴리쿰 스테이지
https://reliqu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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