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케이블 기사회생 워크숍' 리뷰
릴리쿰 스테이지는 새롭고 유의미한 프로그램들을 발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OO의 실험실>을 운영합니다.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멤버들이 돌아가며 각자 흥미를 느끼는 작업을 무모하게 혹은 가볍게 시도해볼 수 있는 형식입니다. 이 글은 2019년 9월 <상호의 실험실>로 진행된 '아이폰 케이블 기사회생 워크숍'에 대한 회고를 정리한 것입니다.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 이상호
글: 이상호
제품을 구입할 때 내가 이 제품을 어느 정도까지 쓸 수 있는지 대충 가능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생각보다 짧을 때, 한 번쯤 고민해보게 된다. 내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사용되도록 설계되어있는지. 그에 대한 해답은 물건을 직접 고쳐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 첫걸음의 두려움만 극복하면 그 이후부터는 스스로 고칠 수 있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이 첫걸음을 도와줄 수 있는 워크숍을 아이폰 기사회생 워크숍에서 진행하게 됐다.
아이폰 케이블에 대해서 평소에 궁금했었던 것들을 떠올려봤다.
아이폰 케이블 정품과 카피 제품은 뭐가 다를까?
선을 끊어버리면 성능이 나빠질까?
왜 아이폰 케이블은 가격이 비쌀까? 들어있는 제품의 품질의 차이일까?
아이폰의 소프트웨어인 iOS를 업데이트하게 되면 되던 케이블이 안될 때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뭘까?
아이폰에서 “액세서리가 지원되지 않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나오는 케이블은 뭐가 다를까?
아이폰 케이블을 위아래 바꿔서 껴보면 둘 다 인식이 되는 걸 봐서 신호를 변경해주는 칩이 들어있을 것이다.
“액세서리가 지원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 것은 호환성을 검증하는 기능이 들어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들을 모아서 워크숍을 참가한 사람들과 같이 검색을 하고 이 원인들에 대해서 유추해봤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애플의 라이트닝 케이블에 들어있는 기술을 하나하나 파헤쳐 보고 어떠한 기술이 들어있는지 추측을 해봤다. 위키피디아의 블로그 글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유용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2가지 방향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진행하려고 했다.
첫 번째는 쉬운 방향으로 케이블을 절단하지 않고 고무튜브만 끼워서 열을 가해 수축시켜 수리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케이블을 절단해서 다시 이어서 수리하는 방식이다.
워크숍에 참가자들의 케이블의 상태는 첫 번째 방법으로만으로는 해결하기에는 이미 많이 손상이 가있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두 번째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지만 만약 첫 번째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면 난이도는 쉽더라도 손을 좀 더 써보거나 고민을 할 수 있는 경험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상을 했었지만 두 번째 방식의 실습시간은 너무 오래 걸렸다. 실습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작업장이 충분히 밝아야 했고 납땜하는 스킬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케이블의 연결 작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다.
위 사진과 같이 작업을 처음 해본 참가자들의 케이블은 워크숍 시간 안에는 완성하지 못했다. 문제점을 파악해야 했지만 누군가가 수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이어받아서 할 때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 나중에 시간을 내서 하는 방향으로 워크숍을 마쳤다.
워크숍의 처음 취지로 이 제품의 설계의 문제점이 뭐였을까 생각해 봤을 때, 아이폰 케이블의 접지 역할을 하는 선의 문제점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덤으로 이러한 케이블을 자체적으로 수리하는 방법에 대한 참가자의 노하우도 알게 되었다.
워크숍에 시간 안에 고치지 못한 아이폰 케이블을 집에서 차분히 다시 수리해봤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 신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더 깊이 분석해볼 수 있었다.
이렇게 내가 궁금했던 것을 검증하고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서, 수리를 해서 물건을 살리는 것보다는 이 과정을 통해서 지식을 얻게 되고 물건의 가치를 나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던 것이 나한테는 더 큰 의미였다. 그리고 같이 참가했던 분의 느낀 점도 비슷했다.
집에서 혼자 이런 걸 뜯고 있었다면 외로웠을게다. 어지럽히지는 않을까, 고칠 수는 있을까 하는 눈초리들. 인터넷 자료를 뒤져보면서 마음 편히 대화하고, 뜯어보고, 살펴볼 수 있는 공간과 문화가 왜 필요한지 깨닫는다.
‘쓸모’는 그다음이다.
사물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는 재미를 느꼈다. =)
제작, 놀이, 실험의 무대. 릴리쿰 스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