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Movie Review: 영화 [곡성]이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에 대하여

by 애나 라잎

마을에 죽음의 기운을 드리우게 한 악마 혹은 범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범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관객이 있을까?


movie_image98HCCEWI.jpg

영화는 외지인이 여자를 겁탈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빨간 눈으로 동물을 잡아먹고 관객에게 달려드는 외지인의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준다. 나중에 그의 집에선 죽은 이들의 사진과 소지품까지 발견된다.


movie_image (1).jpg

거기에 곡성의 마을 사람들은 물론 제 정신이 아닌 듯한 무명의 이야기까지 더해진다.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들이 범인으로 지목한 그 사람(?)이 범인일 거라고 곧이곧대로 믿은 관객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처음에 외지인을 범인으로 생각했던 관객들도(물론, 처음부터 외지인은 범인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 관객도 있다. 바로 나처럼.)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를 점차 의심하기 시작한다.


'범인의 얼굴을 처음부터 대놓고 보여줬을 리 없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지목하는 그 사람이 진짜 범인 일리 없어'


그동안 봐왔던 영화들의 반전 장치에 속고 속은 관객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 듣고 있는 것을 믿지 않기 시작한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화면을 노려보며 모든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movie_image (2).jpg

외지인을 좇아 다니고 사건 현장에 꼭 나타나는 무명이 의심스럽기도 하고, 아직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은 제 3의 존재가 나중에 짠하고 나타나 자신이 범인이었다고 말하며 조소를 날릴 것 같기도 하다.


movie_image (4).jpg
movie_image.jpg

영화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에는 종구처럼 그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무명이 진짜 악마였다고 말하는 무당과, 무당은 악마와 한 패이니 그의 말을 믿지 말라고 하는 무명. 그 둘 사이에서 우리는 종구처럼 갈팡질팡하고 귀에 들어오는 단어 한마디 한마디를 의심한다.


movie_image (7).jpg

나는 부제가 외지인을 찾아간 순간까지 외지인은 악마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너는 내가 악마인 것을 의심하러 왔다.


외지인이 자신을 찾아온 부제에게 던진 한 마디. '저게 무슨 말이지?' 두드러기가 온몸에 번져있는 외지인의 징그러운 얼굴이 화면 가득히 차는 순간 그 의미를 깨닫는다. 폭력을 가하는 종구의 무리를 말리다 죽은 이에게 살점이 뜯겨나가기도 했던 부제는 모든 것을 선하게 보려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의심하는 사람이다. 부제가 외지인을 찾아갔던 것은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외지인을 악마라 확신하는 자신의 부정한 마음을 의심하기 위한 것.


악마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여러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뒤늦게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화면에 나타난 성경 구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나의 손과 나의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보라
영혼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영화는 처음부터 의심하지 말라는 경고로 시작해 너무나도 분명하고 친절하게 범인이 누구인지 가리키고 있었다.

1.jpg
2.jpg
3.jpg
4.jpg
5.jpg
7.jpg
6.jpg
8.jpg


의심을 하고 있었던 것은 종구와 마을 사람들, 부제뿐만이 아니었다. 스크린 앞에 앉아있는 우리들도 그랬다.


곡성은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를 관객들이 가만히 앉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로 하여금 그 메시지를 직접 체험하게 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이를 위해 한 편의 연극을 펼쳤고, 영화는 계속해서 미끼를 던져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했다. 영화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무당과 무명이 시험에 들게 한 것은 종구가 아니라 관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