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Review: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귀가 반짝인다. 화면에 빨갛고 푸르른 재료들이 가득하고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물이 끓는 소리, 음식을 씹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어쩌면 일상에서도 귀 기울이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이지만, 난생처음 들어본 것 같다. 글자를 조합해 귓가를 울리는 그 예쁜 소리들을 담아낼 말을 찾아보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싱그러운 재료들이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밤을 끓이고 끓여서 한약같이 진한 갈색 물을 여러 번 우려내는데 도무지 뭘 만들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그 어느 때보다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파스타 위에는 청초한 들꽃을 수북이 얹어내 마무리한다. 처음 보는 조합에 눈이 동그래진다.
자연과 흐르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곶감으로 익어가는 계절을 느끼고, 시간과 함께 달달함이 더해지는 밤 조림을 맛보며 계절의 어디쯤에 와있는지 가늠해보기도 한다.
혜원은 대학에 진학하며 서울로 떠났고, 요리하는 것과 어린 혜원이 작은 숲이었던 혜원의 엄마도 꿈을 찾아 떠났다. 엄마의 작은 숲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혜원은 서울 생활에 배고픔을 느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다시 만난 혜원과 재하, 은숙. 그들 사이에는 좋아하는 마음이 맴돌지만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들이 앉아있는 그림 같은 풍경과 그들 사이에 오고 가는 예쁜 말들을 조용히 바라보면 된다.
달지 않은데 단맛이 나고
짜지 않은데 짠맛이나.
혜원이 만든 떡을 맛본 재하는 혜원의 엄마가 만든 것과 맛이 어떻게 다른지 얘기한다. 오랫동안 곱씹어보게 되었던 말. 은은하고 어렴풋한 그런 맛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을까? 옅은 색이 나는 맛을 느끼려면, 진한 맛에 혀가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맛이 내게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이 영화가 그런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지 않은데 단맛이 나고 짜지 않은데 짠맛이 나는-
영화는 혜원의 '아주심기'로 끝이 난다. 진구는 어느 날 갑자기 훌쩍 떠나버린 혜원을 두고 아주심기(옮겨심기를 하다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 것)를 준비하러 떠난 거라 말한다. 혜원은 정말 얼마 있지 않아 되돌아오고 혜원의 엄마도 그녀의 작은 숲으로 아주심기를 하기 위해 돌아온다.
아주심기를 하기 위해 계속해서 옮겨심기를 하는 우리. 몇 번의 옮겨심기를 더 해야 아주심기를 해야 할 때와 장소를 알 수 있을까. 그 끝을 알 수 없는 옮겨심기를 하는 동안, 가까운 곳에 나의 작은 숲이 있다는 건 잊지 않고 살기를- 2018년 2월 20일, 하루의 끝에 작은 숲이 되어주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