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Review: 스탠바이, 웬디 (Please Stand By)
감정 컨트롤이 어려운 자폐 증상을 가진 웬디는 내 세상 밖에 있는 모든 것이 두렵다. 길을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횡단보도, 오가는 사람과 차가 많은 마켓 스트리트는 절대 건너지 않는다. '매일매일의 일출 시간', '버스 타는 법'과 같은 내 밖에 존재하는 세계의 규칙들은 모두 메모장에 적어두고 늘 지니고 다닌다.
웬디의 하루는 일정한 규칙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하루는 내일도 내일모레에도 똑같이 반복된다. 나만의 규칙을 만들고, 바깥세상의 규칙들을 미리 알아두려는 이유는 내 밖에 존재하는 세상이 너무나도 두렵기 때문에.
웬디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글을 쓰는 일.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던 웬디는 스타트랙 팬들을 위한 파라마운트 시나리오 공모전 소식을 알게 된다. 자기처럼 감정 컨트롤이 어려운 '스팍'이 우주에 좌초돼 겪는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완성한 웬디는 출품을 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우편으로 보내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날짜. 직접 제출하려 헐리우드로 가는 버스에 오르지만 늘 웬디 옆을 지키는 피트의 활약으로 버스에서 쫓겨나게 되고, 어떻게든 다시 파라마운트로 향하는데... 나쁜 사람들을 만나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시나리오는 길에 쏟아져 버린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눈 앞에 계속 벌어지며 어려움을 겪지만, 웬디는 자기가 쓴 시나리오 속 등장인물의 말처럼 앞을 향해서만 나아간다.
There is only one logical direction in which to go:
forward.
겁 많은 웬디가 공모전 출품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으면 다시 언니와도 함께 지낼 수 있고 사진 속 조카도 볼 수 있게 될 거란 생각 때문에.
여러 가지 감정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을 때마다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들었던 말, "Stand by, Wendy". 그런 웬디가 간절히 원했던 건 홀로서기에 성공해 사랑하는 조카 옆에 당당히 'Stand'하는 것.
파라마운트에 다녀온 웬디는 세상 밖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나만의 규칙도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요일별 옷 입기 규칙을 깨고 스트라이프 니트를 입고 나타난 웬디를 봤을 때의 그 기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