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맛보기 2. 과거로 떠나는 여행

방콕이 처음이라면

by 애나 라잎

방콕 여행의 첫째 날에 방콕 씨티의 매력을 확인했다면, 둘째 날은 방콕의 옛 모습,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을 엿보는 것.


1. 짜뚜짝 시장

의도치 않게 방콕 여행의 둘째 날도 역시 쇼핑으로 시작됐다. 첫째 날과는 전혀 색다른 분위기로-


둘째 날, 아침 일찍 찾은 곳은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시장인 짜뚜짝 시장. 이글이글 타는 듯한 태양 아래 쇼핑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와중에 나는 살 것을 찾아냈다. 나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살 것을 찾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 같다. 주변 친구들에게 지름신이 되어주기도 하는 고마운(?) 친구.


정신없는 짜뚜짝 시장에서 내 눈에 띈 것은 부엉이 티라이트 램프. 나는 향이 나는 것을 좋아해서 한때 초 만들기를 배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새 옛 취미가 되어버렸고, 초를 만들 열정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이제 비싼 에센셜 오일들만이 원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이것을 효율적으로, 최소한의 움직임을 동원해 소진시키는 방법은 티라이트 램프를 사용하는 것! 오래전부터 찾아 헤매었으나 계속 찾지 못하다 낯설고 정신없는 짜뚜짝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수많은 부엉이들 중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오직 하나. 첫째줄의 파란 무늬가 있는 하얀 부엉이. 첫눈에 반한 다는 건 이런 걸까?


부엉이 티라이트 외에 잠옷 바지도 샀다. 사실 마켓에서 꼭 구입하는 아이템은 잠옷. 작고 쓸데없는 장식품을 사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잠옷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여행지에서 잠옷을 사면 기념품이 되기도 해서 좋다. 맨날맨날 입는 잠옷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곳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며 오랜 추억을 마주하게 된다. (참고로 방콕의 잠옷 바지에는 대부분 코끼리가 그려져 있다.)


짜뚜짝 시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 아저씨.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음식을 팔고 있던 배 뿔뚝이 이태리 아저씨다(내 마음대로 이태리 아저씨로 추정). 그날 짜뚜짝 시장의 스타였다.




















2. 보트 투어

다음은 둘째 날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왕궁으로 향했다. 툭툭이를 타고 왕궁 앞에 도착해 들어가려는데, 환한 미소를 머금은 남자가 우리를 붙잡으며, 지금은 내국인만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라 했다. 그리고 코팅된 안내판을 보여주며, 1시간 동안 보트 투어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어차피 시간은 붕뜨고, 수상 시장까지 구경할 수 있다니 주저하지 않고 다시 툭툭이를 타고 따라나섰다.

계획에 없던 보트 투어를 하게 된 우리는 무척이나 신이 났다. 강가 옆으로 보이는 집들과,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구경할 것들이 점점 없어지고, 수상 시장이라 말하기 어려운 수상 시장을 경험하고 불현듯 깨달았다. '당했구나!' 애초에 내국인만을 위한 관람 시간 같은 건 없었다. 그 앞의 상황들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마치 영화 '곡성'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을 때처럼. 보트 앞에 내려준 툭툭이 기사에게 팁까지 주고 내린 내가 정말 바보같이 느껴졌다.


방콕의 물가를 고려했을 때 우리는 꽤 큰돈을 강 위에 버렸지만, 우리의 여행에 타격이 있을 만큼 엄청난 돈은 아니었기 때문에 훌훌 털어버렸다. 여행지에서는 호갱님이 된 사실도 재미있는 추억으로 넘길 수 있을 만큼의 관대함이 생기나 보다. 여행이 가지는 위대함이란.


너무 길지 않았나 싶었던 보트 투어를 마치고 내려 선착장에 있던 많은 가게들 중 한 곳에서 맥주를 마셨다. 상콤한 쏨땀과 싱하 맥주가 찜찜했던 마음 한 구석을 풀어주었다. 우리나라 태국 음식점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쏨땀의 매력도 알게 되었다.


3. 왕궁

왕궁은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나라의 자연친화적인 궁과 유럽의 뾰족뾰족한 디즈니 성만 보아왔던 나에게 태국의 왕궁은 매우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왕궁을 거닐며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이 반짝거렸다. 그 반짝임은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는 방콕의 5월 날씨 속에 계속 걸어 다닐 힘을 주었다.


4. 더 데크(The Deck)

왕궁 구경을 마치고 테라스에 앉으면 왓 아룬(방콕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히는 곳)이 한눈에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왓 아룬은 온몸에 온통 철심을 꽂고 있어 굳이 왜 여기를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얌운센을 한 입 맛보고는 그런 생각이 스르륵 사라졌다. 맥주는 아까 선착장에서 '싱하'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을 시켰다. 해물과 채소가 한껏 들어가 있는 얌운센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맛본 얌운센 중 최고였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 카투산 거리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인 카투산 거리.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곳이 아닐까 싶다. 카투산 거리에서는 이게 실화인가 싶을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발마사지와 태국 음식을 즐길 수 있고, 편하게 맥주 한 잔 마실 수 있는 펍이 즐비한 곳이다. 우리는 그 길을 조금 걸어가다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샛길로 들어섰다. 방콕에서 왜 유럽 느낌을 찾았는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깨끗하고 분위기 좋은 그 골목에서 또다시 맥주를 시키고 저녁으로 먹을 것들을 시켰다. 얌운센이 애피타이저였다면 팟타이와 똠양꿍은 저녁식사.

그리고는 카투산 메인 거리로 나가 1도 시원하지 않은 발마사지를 경험하고, 길거리에서 1분 만에 만들어주는 팟타이를 먹어보기로 했다. 방콕 물가야 원래 훌륭하지만, 팟타이의 가격이 너무 충격적으로 저렴해서 놀랐고, 아까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리에서 훨씬 비싸게 주고 먹은 팟타이보다 훨씬 맛있어서 또 한 번 놀랐다.


마지막으로 어딜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맥도날드에서 방콕에서만 먹을 수 있는 콘 파이를 주문했다. 한 입 깨물면 부드러운 크림 속에서 옥수수가 쏙쏙 얼굴을 드러내는 콘 파이. 옥수수가 알알이 들어있으니 맛이 없으래야 없을 수가 없다. (대구의 삼송 빵집과 서촌 효자 베이커리를 유명하게 만들어 놓은 아이템에는 모두 옥수수가 들어가 있다. 빵에 옥수수를 넣는 것은 그야말로 치트키)










6. 밤수영

호텔로 돌아와서 우리는 밤수영을 즐겼다. 이전 포스팅에서 얘기했듯 짧은 일정의 여행에서 호텔 놀이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한다. 수영도 못하지만, 우리는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맥도날드에서 하나씩 더 사온 콘 파이를 먹고 나서야 이 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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