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이 처음이라면
방콕을 떠나는 마지막 날의 테마는 힐링 그리고 그냥 있기. 이번 방콕 여행은 밤에 도착해 밤에 출발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짐을 싸고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떠나는 보통의 마지막 날과는 다르게 내일이 또 남아있는 것처럼 여행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1. 호텔 놀이
어젯밤에도 밤수영을 하며 호텔 놀이를 깨알같이 즐겼는데, 그다음 날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 수영을 했다. 사실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물에 몸담구기'란 표현이 더 맞다. 그러다 선베드에 누워 한여름 같은 방콕의 5월 날씨를 만끽하기- 그리곤 소피텔소 호텔에서의 마지막 조식을 좀 더 성실하게 먹었고, 로비에서 웰컴 드링크로 마셨어야 할 칵테일을 굿바이 드링크로 마셨다. 조식도 칵테일도 전반적으로 훌륭했던 소피텔소 호텔.
2. 수파니가 이팅 룸 (Supanninga Eating Room)
조식을 먹고 짐 정리를 마치고 우리가 향한 곳은 믿기지 않겠지만 점심을 먹을 레스토랑. 위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집어넣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점심 장소로 고른 곳은 태국 가정식 요리를 선보이는 수파니가 이팅 룸.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이 푸드와 전혀 다른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프레쉬한 애피타이저(분명 맛있게 먹었지만 어떤 맛이었는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행기는 내 혀가 기억을 잃기 전에 작성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간장게장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밥도둑으로 활약한 짭조름한 배추 요리와 게요리로 가벼운 점심식사를 마쳤다. 내가 꼽는 방콕 최고의 레스토랑.
3. 탄 (Thann)
'힐링 여행'이라는 테마의 메인은 마사지받기. 마사지숍이 정말 많았으나, 스파 브랜드로 유명한 탄(Thann)을 선택했다. 마음에 드는 아로마 향을 먼저 선택하고 마사지를 받기 전에 샤워실에서 직접 사용해 보며 향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정말 안타깝게도 마사지가 어땠는지의 기억은 거의 없다. 엎드리자마자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너무 빵빵한 에어컨 때문에 잘 때 많이 추웠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마사지를 마치고 나왔더니 달콤한 멜론과 따뜻한 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서 그랬는지 여기에서도 폭풍 쇼핑을 즐겼다. 바디워시, 샴푸, 린스, 페이스 클렌저... 그 이후에도 아로마 향이 너무 좋아 면세점에서 이 브랜드의 바디제품을 몇 번이나 구입해 사용했다.
4. 퍼퓸 (Perfume)
퍼퓸은 맛보단 시각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칵테일 바. 하트 모양 솜사탕 칵테일과 거품이 산같이 솟아있는 칵테일, 기대보다는 많이 시시했지만 재밌는 불꽃쇼를 보여주었던 칵테일, 유리 안에 뭔지 모를 연기로 가득 차있었던 음식까지. 맛은 소피텔소의 칵테일이 더 낫다고 느꼈지만, 스마트폰의 버튼을 쉴 새 없이 누르게 한 것은 이곳이다.
칵테일 숍에서 나와서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잔디밭에 누워 무언갈 먹거나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우리가 앉을 소파가 있지도 않았고, 날씨가 너무 더워 밖에 있고 싶다는 생각 조차 들지 않았다. 실내에서 똠양꿍 파스타와 피자를 주문해서 먹었지만, 음식도 그다지 맛있지 않아서 그곳 소개는 생략하겠다.
방콕은 팬시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넘쳐나지만 길거리에서도 충분히 나의 미각에 기쁨을 줄 수 있고, 과거의 모습을 충격적인 비주얼로 드러내며 놀라움을 선사하고, 마음만 먹으면 마사지숍이나 가까운 섬에서 힐링과 휴양이 가능한 곳이다. 방콕은 마음의 수양과 정신적 성장보다는 지루한 일상에 지친 감각들을 일깨워주는 곳. 자극적이고 호화롭게 나의 오감을 일깨우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