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일기 78호.
# 11월 11일 화요일
이달 초부터 걸린 가벼운 감기가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다. 아침부터 목이 칼칼하다. 출근 전 매번 가는 병원에 들렀다. 작고 허름한 실내에 늘 한갓진 곳. 간호사 한 명, 의사 한 명. 나는 아플 때마다 이곳을 찾고 그들을 내 주치의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봐주는 것 같은, 기분 탓인 것 같은 기분으로. 그렇게 츤데레 같은 의사에게 내 몸을 맡긴다. 의학은 과학인가 인문학인가. 무뚝뚝한 그가 병에 집중할 때는 과학자 같으나, 내 고통에 공감하는 포인트를 슬쩍 내비칠 때는 인문학자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야 어떻게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책방이 병원 걱정한다. 어떤 마음으로 병원을 꾸리고 있을까? 그의 의료행위를 상행위로 바라보는 것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제는 어디를 가든 장사치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와 비슷한 처지와 마음을 갖는 사람은 없는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H님 혼자 홀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인지 약 기운 때문인지 오후가 되니 무척 졸렸다. 아내가 먼저 들어가라고 했고, 침대로 바로 미끄러져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내가 받는 편지들이에요. 그 편지들은 결코 나의 아름다운 문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주치의 혹은 정신 분석 학자에게나 보낼 만한 편지들이에요.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은 절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선생님 소설에서 얼마나 여러 번 저 자신을 발견했는지 모릅니다.〉 그러고는 여러 장에 걸쳐 속내를 털어놓죠. 그들은 미친 사람들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정반대로 유력 인사도 많아요. 나 또한 놀라고 있습니다.
—조르주 심농 인터뷰 중, 『열린책들에서 만든 책들』
# 11월 15일 토요일
전에 독서모임에 꾸준히 나오다가 결혼 후 서울로 이사를 가서 아쉽게 헤어졌던 Y님이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책방에 왔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들렀다고 했다. 반가움 역시 책방을 하면 자주 느끼는 감정 중 하나이다.
단골 C님은 요새 통 책방에서 보기가 어렵다. 인스타를 보니 연애를 시작한 모양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빼앗겼으니 자명한 일이다. 아쉬움 역시 종종 느끼는 감정.
오픈 초에 자주 오던 M님은 언젠가부터 발길이 끊겼다. 떠난 인연이구나 싶었는데 얼마 전부터 또 열심히 찾아주신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다시 찾아온 겨울 철새처럼.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다시 새롭게 밀물처럼 차오르는 인연들.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환대의 마음으로 그 바닷가에 앉아있는다. 인문학적 실천으로서의 장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 11월 19일 수요일
민음사 온라인 패밀리 데이 시작. 포인트를 이용해 그렇게 왕창 할인해 주는 것은 반칙아닙니까!
라고 소리 지르면서 온라인 가판대를 기웃거린다. 나도 포인트가 제법 있으니. 오, 이 책은... 오, 그래!
# 11월 25일 화요일
책방일기 업데이트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특별한 일 없이 무탈하게 반복되는 책방의 일상.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11월은 토스가 책방을 먹여 살린다. 신간 '더 머니 이슈' 매거진이 잘 팔리고 있다. 동네서점 단독도 아니고 선판매라 큰 기대는 없었는데 고마울 따름이다. 이것이 상생?! 장사라는 게 잘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다. 주week도 그렇고 달month도 그런데, 해year라고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차이나는 매출을 보며, 추진력을 얻기 위해 꿇린 무릎이라고 위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