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보단 '연결'이다. 큰 사업을 위해서는

콜버스랩 박병종 대표 인터뷰

by 리멤버

콜버스랩의 박병종 대표는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전통 미디어가 기울기 시작할 때였다. 사람들은 더이상 예전처럼 신문을 많이 보지 않았다. ‘00신문'이라는 타이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가 위기를 외쳤다. 여기저기서 대안이 제시됐다.

“더 짧은 콘텐츠를 내야 합니다.”
“인물 취재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박병종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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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과 콘텐츠


미디어는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채널과 콘텐츠다.

“왜 더이상 신문을 보지 않을까요. 기사의 질이 떨어져서일까요? 그런 것 같지 않았어요. ‘신문 배달망' 자체가 궤멸된 겁니다. 사람들은 더이상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을 통해서는, 그게 무엇이든 읽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콘텐츠가 아니라 채널에 문제가 있었다는 거죠. 언론사가 디지털로 넘어오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이상 ‘00언론사'라는 채널을 통해서는 기사를 읽으려고 하지 않았죠. 그런데도 모두들 콘텐츠만 바꾸려고 하고 있었어요.”

한편에는 플랫폼이 있었다. 그들은 콘텐츠를 직접 만들지 않았다. 대신 생산자들을 연결해 콘텐츠를 플랫폼에 유통하도록 했다. 독자들은 플랫폼에 모였다. 신문 배달망, 언론사 사이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채널'이었다.



운영 혹은 연결


박병종 대표는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O2O 사업에 뛰어들었다. 심야에 비슷한 방향으로 귀가하는 승객들을 한번에 태워 나르는 서비스인 ‘콜버스'였다.

콜버스는 밤에 택시를 잡지 못하는 시민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평가받았다. 시장 경쟁력도 충분했지만, 잘 알려져 있듯이 택시업계의 반대와 규제에 막혀 결국 날개를 못 폈다. 하지만 박병종 대표는 콜버스의 발목을 잡은 건 규제 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사님들을 직접 고용하고, 교육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품이 들더라고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처리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고요. 속도를 늦추고 효율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스타트업에겐 치명적이었죠.”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이 오히려 안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말이었다. 선뜻 이해가 가진 않는다.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때였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죠. 대단한 열정과 실력을 가진 사람이 많았고, 설득력 있는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잘 되는 건 아니었어요. 반짝이는 회사는 많았지만,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회사는 드물었죠.”

그는 수년간 O2O 시장을 지켜보며 가지게 된 생각을 말했다.

“O2O회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았습니다.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회사와 ‘연결'에 초점을 맞추는 회사.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청소 대행 서비스를 한다고 할 때, 청소부들을 직접 고용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가 있고, 서비스 퀄리티에 대해 고민하기보단 청소 업체들을 ‘연결’해 하나의 플랫폼이 되려고 하는 회사가 있는 겁니다. 계속해서 규모를 키우고, 성장을 이어가는 회사는 거의 후자더라고요. 연결에 집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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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으로 성공하긴 어렵다


지금은 하나의 거대 플랫폼이 모든 걸 좌지우지 하는 시대가 아니다. 미디어만 봐도 그렇다. 대항마가 없을 것 같았던 전통 미디어는 무너지고 있고 새로운 플랫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자리를 메꾸고 있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부터 1인 미디어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거대 플랫폼만이 존재할 때에는 대다수가 ‘생산자'였다. 생산자들은 그들의 콘텐츠나 서비스, 제품의 유통할 채널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오로지 질을 높이는데 집중하면 됐다. 언론사 직원들이 ‘더 짧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외쳤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디지털이 삶 속에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났다. 거대 플랫폼은 아니지만, 각 분야를 좀 더 깊게 파고든 형식의 플랫폼이다. 어떤 사업가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연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생산을 멈추고, 생산자들을 연결하는 데 집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방은 공인중개사들을 연결했고, 쿠팡은 온갖 물건의 판매자들을 연결했고, 다이사는 이삿짐 센터들을 연결했죠. 크기나 분야에 관계없이, 생산자들을 연결해 자리를 잡는데 성공한 기업들은 계속 성장을 이어가는 것 같습니다.”

박병종 대표는 여전히 ‘생산자'에 머물러 콘텐츠나 서비스, 제품을 ‘운영'하는데 집중해 성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생산자는 너무 많거든요. 잘하는 사람도 넘쳐나죠. 서비스 품질 하나로 주목을 받는다는 건 이젠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성공을 이루더라도 금방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날 확률이 큽니다. 반면 ‘연결의 힘’을 알고 새로운 채널을 만드는 데 성공한 기업은,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아요. 그 분야에서 한번 대표 플랫폼으로 인식되면, 다른 플랫폼이 끼어들 자리가 없거든요.”



'연결의 힘'을 활용한 콜버스


콜버스는 서비스의 방향을 바꿨다. 버스 기사를 직접 교육해 양질의 심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대신, 전세버스 대절 사업을 시작했다. 이미 버스 운송 서비스를 잘 ‘운영'하고 있는 전세버스 회사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채널을 만든 것이다.

기사 교육 등 ‘운영'에 쏟던 노력은 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연결'에 집중하니 서비스의 확장도 날로 빨라졌다. 그렇다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 건 아니다. 콜버스라는 플랫폼이 커질수록 점점 더 많은 서비스 ‘생산자’, 즉 전세버스 업체들이 몰렸다. 경쟁 입찰과 평점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알아서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운행단가도 낮아졌다. 정보 비대칭 때문에 성행했던 불합리한 가격 책정도 해결되어 갔다.

‘연결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콜버스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에 30배 이상의 성장을 거뒀다. 올해 초에는 손익 분기점을 넘겼다. 지금도 멈추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콜버스는 이 연결을 계속 확장해 나갈 겁니다. 그렇게 ‘교통'을 혁신할 겁니다. 택시나 카풀 서비스가 1대1 모빌리티 환경을 바꾸고 있다면 저희는 ‘1대다’ 교통의 환경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죠. 그렇게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합니다.”



'연결의 힘'은 크기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박병종 대표는 신입 기자시절 국제부에 배정됐다. 기자는 취재원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1년차 때부터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어떻게 만나며, 그 인연을 어떻게 이어갈지를 배우고, 취재원들과의 연결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내근을 주로 하는 국제부의 특성상 박병종 기자는 1년차 때 위와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없었다. 그래서 2년차 때 IT 과학부로 가게 됐을 때 막막했다.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그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했다.

“선배들에게 스타트업계의 유명인사들을 소개해달라고 조르고, SNS를 통해 친구를 맺었어요. 그리고 기사를 쓸 때마다 제 의견을 더해 올렸죠. 최대한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했어요. 피드백도 끊임없이 받았죠. 그렇게 ‘연결'을 이어갔습니다.”

박병종 대표는 콘텐츠를 생산함과 동시에 연결을 확장하고, 이어나갔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그의 SNS 계정을 찾았다. 영향력은 키울수록 빠르게 커졌다. 순식간에 페이스북 친구 수 상한인 5천 명이 가득 찼다. IT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은 박병종 대표의 타임라인에서 의견을 나눴다. 하나의 채널이 된 것이다.

“어떻게보면 이 업계에서 사람들이 콘텐츠를 쏟아내는 작은 플랫폼이 된 거죠. 콜버스를 창업하고 나서 6개월 만에 시드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또한 SNS를 통해 연결돼있던 투자자와의 인연 덕분이었습니다. 한창 규제와 싸울 때도 우리 회사의 상황과 생각을 토로한 포스팅 덕분에 기사도 많이 나갔죠. 지금 콜버스의 훌륭한 동료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한 연결이 없었다면 모셔오지 못했을 거예요.”

그는 연결의 힘이 무엇보다 강한 이 시대에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가끔 그런 말을 듣습니다. ‘대표가 일 안하고 페북만 한다’고. 하지만 저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이 연결을 활용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SNS는 연결의 총 집합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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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가치를 키워라


그렇다고 박 대표가 “무조건 아무나 많이 아는 것이 장땡" 식의 사고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모든 연결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없는 연결이라면 의미가 없죠. 연결고리가 강할수록, 연결의 밀도가 강할수록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치가 큽니다.”

박병종 대표의 리멤버에는 2,700장의 명함이 등록돼 있다.

“리멤버는 연결고리를 강화시켜 줍니다. 이름하고 번호 뿐이 아닌 소속, 직급, 메모까지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으니 제가 어떤 사람이 필요할 때, 혹은 누군가가 저를 필요로 할 때 손쉽게 찾을 수 있죠. 밀도있는 연결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사람간의 연결에 있어서는 리멤버를 따라갈 게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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