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점심을] 두 번째
회사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 CEO겠죠. 직원들이 CEO와 밥을 먹으면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요. 불편하기만 할까요. 굳이 불편한 자리를 만들어봤습니다. 재무, 회계 등을 책임지며 리멤버의 척추 역할을 하는 경영지원팀의 김빛나, 전소희 매니저가 최재호 대표와 점심을 먹습니다. 두 번째 ‘CEO와 점심을'입니다.
첫 번째 ‘CEO와 점심을’에서는 삼성 중앙역 근처의 외고집설렁탕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늘의 식당은 삼성동의 <하나샤부정>입니다. 일식당으로,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파는 곳입니다. 샤브샤브를 돼지고기로 파는 곳은 흔하지 않죠. 새롭게 생긴 메뉴인가 싶어 "돼지고기 샤브샤브는 처음 먹어봐요"라고 하니 주인아주머니는 “우린 27년째 하고 있어.”라고 대답합니다.
“흰색 야채를 먼저 넣고 끓이고, 초록색 야채하고 고기는 육수에 살짝만 데쳐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됩니다.”
역시나 최재호 대표가 먼저 입을 엽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빛나님 육아휴직 끝나고 복직한지 얼마나 됐죠?”
“2개월 정도요.”
“벌써 그렇게 됐네요. 다녀와서 대화도 많이 못한 것 같은데. 전에는 매일 8시간씩 보고 그랬잖아요. 자리도 바로 옆이었고.”
“그땐 인원도 적어서 더 그랬죠. 동료가 10명도 채 안 됐었잖아요. 지금은 60명이 넘으니까요.”
김빛나 매니저는 2달 전, 1년 3개월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김 매니저는 리멤버의 1호 사내커플이기도 합니다. 남편도 여전히 리멤버에서 근무하고 있고요. 놀랍게도 ‘결혼 발표' 전까지 아무도 이 사내연애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전설이 내려오죠. 당시에 없었던 전소희 매니저는 당시 상황이 궁금합니다.
“근데 재호님은 빛나님 사내연애하는 거 진짜 결혼 발표 전까지 몰랐어요?”
“진짜 까맣게 몰랐어요.”
“재호님 빼고는 다 대충 알고 있었단 말이 있던데…”
“... 어쨌든 빛나님. 출산휴가, 육아휴직해서 1년 3개월이나 쉬었는데 너무 잘 적응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사실 엄청 고민 많이 했죠. 긴 휴가를 떠날 때도, 회사에 돌아올 때도.”
“맞아. 그때 빛나님이 휴가 떠나면서 저한테 ‘갔다 와도 제 자리 있는 거 맞죠?’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었어요.”
“쉴 때도 가끔 재호님한테 전화 오면 자리 없어졌다고 말할 것 같고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잖아요. 솔직히 빛나님 돌아왔을 때 회사가 어떤 상황일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꼭 회사를 키워놓겠다고. 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이 부족해서 미칠 만큼 만들어놓겠다고 했었죠. 그 말만큼 성장하진 못했지만, 이 정도로 커져서 빛나님도 돌아오게 됐네요.”
복직을 지켜본 전소희 매니저도 입을 엽니다.
“빛나님 입장에서도 복직할 때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쵸.”
“아, 아무래도 아이가 생겼으니까요.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복직할 때 시어머니가 애를 봐주기로 하셨는데,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와 버렸죠.”
“맞아. 그래서 빛나님이 복직한지 일주일 만에 저한테 면담 요청을 하더라고요. 그러곤 자기 회사 못 다니겠다고 하는 거예요.”
“상황이 그런데 어떡해요. 갑자기 애를 돌볼 사람이 없어졌으니까요. 남편이 일주일 동안 반차를 내고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하원 시키고 돌봐줘야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럼 애 픽업할 때까지만 일하면 되는 거 아니냐. 매일 3시까지만 일하고 퇴근해라. 빛나님은 그래도 안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같은 예외 케이스 생기면 조직이 흐트러진다고.”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일단 상황이 긴박하니 그렇게 먼저 해보고 나서 판단해보자고 했죠. 그렇게 두 달 지난 건데, 괜찮은 것 같아요.”
“소희님 배려 없으면 이렇게 못 했을 거예요. 항상 미안해요.”
“미안하단 말 너무 많이 해요. 그럴 필요 하나도 없는데. 빛나님 와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빛나님이 일도 잘하시지만 과거의 히스토리를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부분도 너무 큰 힘이 돼요.”
고기를 데치던 최재호 대표가 농담을 건넵니다.
“이럴 줄 알았어. 샤브샤브집 간다는 말 들었을 때 ‘아, 또 내가 다 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원래 안 그러시잖아요.”
“아니에요. 맨날 제가 해요.”
“평소에 하던 대로 하시지.”
“... 우리 경영지원팀은 일반 회사 경영지원팀이랑은 달라요. 우리 회사 규모는 아직 작은데, 일어나는 일은 엄청 많거든요.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경영지원팀은 일반 중소기업에서는 많이 일어나지 않는 다양한 일들을 감당해야 해요. 대기업에 준하는 복잡한 일을 풀어내야 하는 일도 많고.”
“저보단 소희님이 진짜 잘해요. 그래서 고생이 많죠. 미안해요 항상.”
“미안해하지 말라니까요.(웃음)”
“두 분 다 정말 많은 일을 문제없이 해내는 분들이잖아요. 일반적인 재무, 회계팀 업무를 넘어서 과거 여러 번에 걸친 투자 유치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지원 업무들도 항상 잘 수행해주시기도 했고요. 때로는 법무사님들보다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니까요.”
“너무 훈훈한데...”
“게다가 두 분 다 원래 재무회계랑은 접점이 없는 분이었어요. 여기 와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다 해낸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회사가 워낙 다이나믹하게 돌아가서 새로운 업무도 많은데, 한 번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그만..."
"경영지원 업무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재무회계적인 지식에 기초한 스페셜리스트의 역량과 함께 여러 상황에 맞는 문제 해결 역량도 필요한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 경영지원팀 정말 대단한 팀이에요.”
“하긴, 가끔 뿌듯하긴 해요. 그렇게 빡세게 해서 스스로도 성장했다는 기분이 드니까. 얼마 전엔 등기국에 갔는데 등기관이 ‘어? 법무사세요?’ 이러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더 알려주고 온 적도 있고.”
“정말. 하도 실전적인 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까 법무사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도, 소희님은 알아서 다했어.”
“저번에 추가 증자할 때는 너무 바빠서 직접 하지 않고 법무사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진행했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어요.”
“매실차 드세요. 여기 돼지고기 샤브샤브 되게 담백하네요. 처음 돼지고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소고기보다 퀄리티 낮고 느끼할 줄 알았는데요. 오히려 더 고급지고 깔끔한 것 같고, 맛있고. 먹고나서 뭔가 입에 남는 느낌도 없어요. 특별하면서도 탁월하네요."
“경영지원은 조연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전방에서 물건 팔고 이런 게 아니니까. 하지만 경영지원은 회사의 척추와도 같아요. 여기가 안 받쳐주면 마케팅이고 개발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가 없어. 그런데 우리 경영지원만큼 실수 없이, 철저하게, 다방면으로 잘하는 팀은 찾기 힘들어요. 면접 볼 때마다 느껴요.”
“아무리 봐도 지나치게 훈훈한데...”
“아니, 정말로. 두 분께 많이 감사해요.”
“이제 세 명이잖아요.”
“아, 그렇죠. 이번 주에 팀 리더로 합류하신 태준님까지 하면.”
“‘정말 대단한 동료가 또 한 분 합류해주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그러니까. 말이 나와서 말인데, 엊그제 태준님하고 통화하는데 출근 이틀 만에 업무 파악이 끝나셨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재호님도 그렇게 느끼셨구나. 태준님은 입사 과제를 거의 사업 계획서 수준으로 내셨고… 그쵸 소희님.”
“맞아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태준님은 회계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회계법인에서 오래 근무하셨고 또 대기업 재무 팀장으로도 길게 근무하셨잖아요. 그렇게 경력도 빵빵하고, 능력도 엄청나신 분들이 계속해서 우리 회사에 합류해주시는 이유는 뭘까.”
“큰 틀에서 보면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 아닐까요. 물론 그 마음만으로 우리 회사를 선택하기 힘들죠. 아마 리멤버가 비전을 향해 가고 있고, 점점 탄탄해지고 있다는 게 겉으로도 티가 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리멤버가 큰 사고를 한 번 칠 때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그런 모습은 결국 우리 동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거고요. 조만간 태준님이 업무 파악 완료되시면 분명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아요. ‘멋진 팀을 꾸려 놓으셨네요.'라고.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