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앤컴퍼니 사람들의 이야기 #10
"소개팅에서 컨설팅펌 관두고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더니,
'하고 싶은 일 해야죠' 이러더라고요. '와, 이여자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죠.
결혼한 뒤에 그 얘기를 다시 꺼냈어요. 그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고."
"뭐라고 대답하시던가요?"
"딱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럼 처음 만난 사람한테 하지 말라 그러냐?'"
리멤버 사업팀과 Data Intelligence팀의 박종호 리더는 이전에 컨설팅펌의 컨설턴트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죠. 컨설턴트는 대우가 좋을 뿐 아니라 인정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의 아내가 소개팅 자리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쉽게 이해가는 결정은 아니죠. 그가 컨설턴트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컨설턴트는 고객사의 일을 의뢰받아 ‘전략’을 짭니다. 회사의 문제를 진단하고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죠. 방향을 잡아주고 나아갈 길을 안내하는 가치있는 일이지만, 박종호 리더는 시간이 갈수록 아쉬움이 짙어졌다고 합니다.
“컨설턴트로서 전략을 제시하고 나면 그것으로 제 역할은 끝났어요. 그 전략이 ‘실제로’ 잘 적용 됐는지, 예상치 못한 문제는 없었는지는 알 수 없었죠. 만든 전략이 실전에 적용되기까지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내 일'이 아니라 ‘고객사의 일'만 해야한다는 점도 아쉬웠고요.”
이 아쉬움 때문에 점점 두 가지 생각이 커졌습니다.
“갈수록 두 가지 욕구가 뚜렷해지더라고요. 첫째, 뭔가를 ‘실제로’ 만들어내고 싶다. 둘째,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을 하고 싶다.”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는 스타트업을 ‘규모'로 정의하지만 그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내는 곳'이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박종호 리더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요소였죠.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서비스에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한정된 자원으로 즉각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서비스의 모든 부분에 제 노력이 들어갈 테니까요. ‘내 일'을 하는 기분이 드는 거죠.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 낸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그만큼 정말로 뭔가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곳도 없을 테니까요.”
박종호 리더는 한 스타트업과 면접을 봤습니다. 얘기가 잘 통했고, 오퍼레터까지 받았죠. 하지만 기대만큼 가슴이 뛰지는 않았습니다.
“스타트업에 간다고만 하면 막 열정이 생기고 가슴이 뛸 줄 알았는데, 안 그러더라고요. 그토록 원하던 일을 드디어 하게 됐는데도요. 스타트업에 간다면 연봉도 많이 깎아야했고, 컨설턴트라는 간판도 포기해야 했는데도요. ‘이러면 스타트업에 가는 의미가 없지 않나' 싶었어요.”’
또다른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박종호 리더는 리멤버의 최재호 대표를 만나게 됩니다.
“그때는 리멤버의 직원이 지금보다 삼분의 일 정도였을 때였는데, 최재호 대표가 저의 합류를 설득하면서 사업의 비전을 설명하더라고요.”
우리는 단순 유틸 앱에서 끝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명함을 매개로 사람들을 이어 누구나 더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는데, 제 머릿속에도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이거 되겠는데? 사회에 충분한 가치도 줄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제서야 가슴이 뛰고 열정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가슴이 왜 뛰지? 처음 가려고 했던 곳과는 뭐가 다른거지? 생각해보니까 차이점은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었더라고요. 어, 이거 진짜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요.”
그렇게 박종호 리더는 리멤버에 합류했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다양한 일을 해야 했죠. 원래 하던 전략 기획 뿐 아니라 마케팅, 영업, 고객 응대까지. 아직 갖춰진게 많이 없는 회사였기에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쉽지 않았죠. 하지만 싫진 않았어요. 편한 일이나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이직한게 아니었으니까요. 문제는 업무강도가 아니라 다른 부분에 있었어요.”
전략 기획했던 경력을 살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박종호 리더는 시간이 갈수록 팀이 하나로써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일의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았고요. 이게 진짜 무서운 점은 문제가 있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것 조차 알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저도 프로젝트가 다 끝나고 ‘대화'를 해보고서야 알았죠. 사람들은 불만을 잘 말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조직은 하던대로 일하고요.”
박종호 리더는 이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다고 합니다.
“컨설턴트였던 제 한계에 있었어요. 컨설팅을 할 때는 멋지게 만든 전략을 고객사 임원에게만 컨펌받으면 되니, ‘실행의 영역’에서 일이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 잘 몰랐죠. 스타트업은 뭔가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곳인데도 불구하고요.”
박종호 리더의 말처럼 문제가 있다는 것 조차 알기가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는 어떻게 문제를 발견하고, 원인을 찾아냈을까요.
“리멤버에는 ‘오버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있어요. 돌아보고 점검하기 위한 자리가 ‘제도화’되어 있었죠. 매주 월요일마다 전 직원이 모여서 진행사항과 전달사항을 공유하는 ‘월드톡(월요일 드라마인들의 Talk)’, 한 달에 한 번씩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업무 방식이나 문화, 방향성에 논의하는 자리인 ‘타운홀 미팅',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개발팀의 경우 매주 한 번씩) 함께 일했던 구성원들이 모여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회고 미팅'까지.”
돌아보기 위한 자리가 제도화되어 있으니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잡혀 있었습니다. 그 자리를 통해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죠.
“그렇게 조금씩 개인적으로도, 회사적으로도 더 나은 조직이 되어 온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문화가 있다고 어떤 조직이든 잘 운영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리멤버의 채용은 신중합니다. 면접을 두 세시간씩 수차례 보는 경우도 많죠. 면접이 끝난 뒤에는 팀원들이 모여 이 지원자가 리멤버의 동료로서 적합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깊게 논의합니다. 수십 명의 지원자를 거쳐 한 명의 동료를 만나게 됩니다.
“만만치 않은 채용 과정을 통하기 때문에 역량과 열정이 있는 사람,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을 완수해낼 수 있는 사람, 서비스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있는 것 같아요. 어딜가도 이런 동료들은 찾기 힘들죠.”
좋은 문화에 좋은 동료들이 더해졌을 때 더 나은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갈 길도 멀지만,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라는 실감이 들어요.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는 문화가 있고,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동료들이 많아서예요.”
리멤버에 합류한지 3년이 지난 박종호 리더, 이제 그는 자신이 이직을 결심했을 때처럼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리멤버에 지원한 이들을 만납니다. 면접관으로서.
“면접을 보면 스타트업을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분들을 만나요. 사실 자유로운 분위기보단 뭔가를 ‘실제로' 만들어내고 싶고, ‘내 일'을 해낼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어야 함에도요. 제가 이직을 결심할 때 그랬듯이요. 리멤버의 동료들이 그렇듯이요.”
“아내와 소개팅 자리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할 때, 이런 말도 했었어요. 정말 하고 싶은 게 눈에 보였다고.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옳은 선택을 한 게 눈에 보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