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신채연 님이 말하는 섭외의 비결
섭외는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경우 명성이 높은 사람들을 섭외해야 하는데, 연락처조차 알기 어렵고 안다고 해도 무턱대고 연락할 순 없으니까요. 예술의전당에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성장과 도전을 돕는 교육을 만드는 ‘문화예술 전문인력 아카데미’를 기획, 운영하는 신채연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년에도 수십 명의 강사를 섭외해야 한다는데요, 이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을까요.
- 섭외할 일이 얼마나 많나요?
1년에 20여 개의 강좌가 열려요. 강좌를 열 때마다 주제별로 적합한 강사님을 섭외해야 해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죠.
- 그래도 예술의전당은 상징성이 있잖아요. 그 점이 섭외에 도움이 되진 않나요?
그런 부분도 있어요. 예술의전당 아카데미는 30년이 넘은 사업이에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저희 음악영재 아카데미 출신이기도 해요. 예술의전당은 문화예술 분야의 대표 기관이죠. 하지만 갈수록 분야 간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마케팅, 광고, 경영계 등 예술과는 동 떨어져 보이던 분야 사람들의 강의도 필요해지고 있거든요.
- 예를 들면 어떤 분야 사람들을 요?
다양해요. 예를 들자면 작년에 ‘뉴미디어 콘텐츠의 수익화'를 주제로 강의를 만든 적이 있어요. 이 경우 아티스트나 공연기획자를 강사로 섭외할 수는 없잖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뉴미디어 콘텐츠로 사업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님이 떠오르더라고요. 쉽진 않았죠. 저희랑은 거리가 있는 분야라 연락할 통로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 그분은 섭외에 성공했나요?
네. 제일 만족스러웠던 강의 중에 하나예요.
- 연결고리가 없는데 어떻게 섭외할 수 있었나요.
처음에는 막막했죠. 방법을 찾다가 몇 년 전에 제가 참여했던 행사에서 만나 명함을 주고받았던 분이 그 스타트업과 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분께 연락을 드려서 다리를 놔줄 수 없겠냐고 물어봤죠. 흔쾌히 도와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연결될 수 있었고, 섭외할 수 있었어요. 약한 연결고리가 저도 몰랐던 곳에 있었던 거죠.
- 그렇군요. 하지만 ‘약한 연결고리'는 보통 그렇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긴 어렵지 않나요?
그렇죠. 명함 한 번 주고받았던 사이인데 이런 부탁을 하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저는 일을 시작한 이후 단 한 번 만났던 사이더라도 기억하려 노력했어요. 저도 상대방도 소중한 시간을 내서 만난 건데,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노력이 도움을 준 것 같아요.
- 어떤 노력 말씀이신가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메모를 빼놓지 않았어요.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부터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적어뒀죠. 일적으로 다시 만날 기회가 전혀 없어 보이더라도요. 받은 명함에 바로 적거나, 리멤버에 등록한 다음에 메모 기능을 썼어요.
그렇게 쓰게 된 계기가 있어요. 몇 년 전에 인도의 한국 문화원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요. 거기서는 명함을 주고받는 일이 한국보다 무거운 행위인 것 같았어요. 가볍게 만난 자리에서는 개인 정보인 명함을 아예 교환하지도 않았죠. 그때부터 저도 ‘명함 한 번 주고받았던 사이'라도 좀 더 무겁게 생각하게 됐어요.
- 메모를 해두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간단해요. 그냥 “저번에 인사드렸던 신채연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것과 “잘 지내시죠? 저번에 이야기 나눴던 일은 잘 해결됐는지 모르겠네요.”라고 인사하는 건 다르잖아요. 이 한마디가 정말 커요. 메모 덕분에 안부 인사를 보내든, 비즈니스 용건이 있어 연락하든 ‘제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요'라는 인식을 주니까요. 그럼 상대방도 저를 기억하게 돼요. 다시 연락해도 뜬금없지 않은 거죠.
- 그렇게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거군요.
중요한 건 이런 연결고리가 하나가 아니라는 거예요. 생각보다 많죠. 우리는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잖아요. 대부분이 명함 한 번 교환하고 다시 안 볼 사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누가 언제 제게 도움이 될지 모르죠. 그러니 어떤 인연도 허투루 두면 안 돼요.
- 연결고리를 찾아 섭외할 상대와 연결은 됐더라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진 않나요?
쉽지 않죠. 저도 아직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서 긴장이 되기도 해요. 이름만 들어본, 명망 있는 강사님들을 섭외해야 하니까요. 메모는 섭외를 할 때도 도움을 줘요. 적어둔 덕분에 부탁을 할 때 저는 할 말을 준비할 수 있잖아요. 아무래도 한층 더 자신감 있게 연락을 드릴 수 있어요. 이 자신감이 정말 소중해요. 특히 아직 저 같은 주니어한테는. 그렇게 한결 쉽게, 편안하게 일할 수 있다 보니 지금까지 어려워 보였던 섭외도 수차례 해냈어요.
- 그래도 갈수록 마주치는 사람이 많아질 텐데, 너무 많은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기는 버겁지 않나요?
맞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어려운 부분이 있긴 있어요. 게다가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프리랜서가 많아요. 소속도, 직급도 자주 바뀌죠. 그래서 지금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명함관리 앱 리멤버가 이럴 때 도움이 많이 돼요.
리멤버에 명함을 등록해두면 그룹을 지정해서 관리할 수 있고, 메모도 사람별로 관리할 수 있죠. 또 상대방이 이직이나 승진해서 명함을 변경하면 알림이 오잖아요. 알림을 핑계로 안부 인사도 보낼 수 있고, 소속이나 직급을 잘못 부르는 실수도 피할 수 있죠. 반대로 기억하고 있으면 더욱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요. 그렇게 연결을 이어가는 거예요.
- 한 번의 짧은 만남이라도 기억하려 하는 노력이 많은 결실을 맺어다줬군요.
맞아요. 의례적으로 명함을 받았더라도 그냥 넘기는 게 아니라 기억하려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소중한 건 ‘만남'이고 명함은 그 매개일 뿐이라고요.
명함관리를 잘한다고 누구나 연결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대 사람의 만남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저 ‘인맥 관리'라던가 ‘일'을 목적으로만 상대를 대하면 티가 날 수밖에 없죠. 항상 이 사실을 기억하고, 그만큼 모든 관계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