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은 슬픈 음식이다.
퍽퍽한 데다가 먹기도 불편한 돼지 등뼈. 원래는 버리던 것일 게다. ‘불순한 기상조건에도 상당한 수확을 얻을 수 있어 흉년에 큰 도움이 되는 작물'이라는 뜻을 가진 구황작물. 그중에서도 값이 싼 감자. 그 둘이 주 재료인 음식이 감자탕이다. 감자탕이라는 걸 처음 만든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궁여지책의 산물이었을 게다. 마치 사랑하기 위해 낳은 아들이 아닌, 농꾼으로 쓰기 위해 낳은 아들처럼.
콘텐츠마케팅은 슬픈 단어다.
마케팅은 ‘타겟에게 물건을 파는 행위' 다. 엄마에게 기저귀를 파는 것처럼. 팔다 보니 엄마 말고 아빠와 삼촌도 기저귀를 사는 것이었다. 판매자들은 고객을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타게팅을 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물건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중 물건을 사는 사람이 타겟인 것이다. 이제는 속칭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켜 더 효율적으로 고객을 찾아낸다.
무차별적으로 물건을 홍보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큰 플랫폼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돈도 없고 플랫폼도 없는 스타트업은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콘텐츠마케팅이 나왔다. 가진 것이라고는 종이와 펜밖에 없는 스타트업이 유일하게 가진 ‘창의력’을 쥐어짜서 고객의 관심을 구걸하는 호객행위다. 역시 궁여지책의 산물일 뿐.
먹고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만들어 놓은 곳 같은 느낌. 모텔 뒷골목에.
등뼈의 살을 바른다. 어설픈 젓가락 짓으로도 슥 떼어진다. 기분 좋은 뭉클함이 입안에 퍼진다. 국물은 고기 구석구석 배어있다. 국물이 육즙 역할을 하면서 원래의 퍽퍽함은 사라진다.
국물을 한 수저 떠 본다. 탁하지 않고 맑다. 보통 들깨가루 같은 걸 넣어서 텁텁하게 만들기 마련인데, 심심하니 평양냉면 같다. 심심한 따듯함이 목구멍을 넘어간다. “아, 어제 술 한잔할걸, 그러면 이 국물이 취기를 내려주는 짜릿함을 맛볼 텐데.”
“처음에는 콘텐츠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셔서, 좀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조직에서도 ‘이게 필요한가' 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 같고요. 사내 인터뷰를 하면서도 괜히 동료들 시간만 뺏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잘 모르겠다고 한 건 아니고,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같이 증명해 나가자는 거였어요. 어떤 일의 가치는 ‘이 일이 필요하다'라고 말로 하는 것보다 실제로 보여줄 때 증명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현님이 그렇게 해 주셨고요.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고 실행하고 만족감을 느끼면서 점점 긍정적인 태도로 일하는 두현님을 보고 있어요. 감사하게 생각해요"
두현님은 요즘 핫하다는 동영상 편집을 잘 못한다. 이제야 책 한 권 사서 공부하고 있다. 유려한 언변도 없다. 제대로 콘텐츠를 배워본 적도 없다.
다만 3년간 매 주말 길거리를 떠돌며 서울 보통 사람의 모습을 글로 담아온 경험이 있다. 만나고 거절당하고 만나고. 리멤버에서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쓰고 고치고 쓰고. 리멤버 사무실은 물론 테헤란로 전체가 어두워질 시간에도 그는 종종 남아서 쓰고, 고친다.
적은 돈을 들여 페북에 광고를 태울 때도 수십 가지 케이스를 고민한다. 수시로 퍼포먼스 마케터를 귀찮게 구는 것도 그의 장기다. 100개가 넘는 페북 커뮤니티와 카페를 리스트업 했다. 하나씩 콘텐츠를 뿌린다. 자기 이름을 걸고. 강퇴도 당하고 칼삭도 당한다. 그러면 ‘다음엔 안 그럴 방법'을 고민한다.
“콘텐츠마케팅이 왜 재미있어요?”
“메시지를 남들처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표현하는 게 즐거워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재미있고 다르게 표현하는 게 내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저 일을 하는 게 과연 재미있을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어렸을 때의 얘기지만.”
먹기 불편하다는 핑계는 잊은지 오래. 손가락을 빨면서 돼지 뼈를 뜯다 보면 그때야 보인다. ‘수요미식회 선정 맛집', ‘블루리본 선정 맛집'. 가득 채운 사람들. 만족스러운 손가락들. “재료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라는 주인장의 한마디.
리멤버의 콘텐츠마케팅은 이제 제대로 시작한 지 5개월. 단 하나 만든 동영상은 1만 2천 뷰를 넘었고, 웬만한 글을 써도 수천 뷰는 찍는다. 4만 뷰를 찍은 글도 있다. 네이버 메인도 3번을 장식했고 쟁쟁한 전문가들도 인터뷰했다. 두현님의 글을 보고 회사에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쓴 지 5개월 만에 구멍 난 키보드가 있을 뿐.
“얼마 전에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발전하는 리멤버의 모습을 들었을 때, 입사 이래 가장 가슴이 뛰었어요. 이 사회의 리더들이 우리 플랫폼 안에 있고, 수천만의 사람들이 매일 들어오고, 그 전면에 그 리더들을 인터뷰 한 콘텐츠가 있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그때는 콘텐츠가 비즈니스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우리 콘텐츠마케팅이 ‘일하는 사람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일과 사업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비즈니스에 가치를 더해 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담긴 콘텐츠요. 이런 콘텐츠를 하나 접하는 건 돈 1억~2억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거든요"
그래. 너희에게 돈과 거대 플랫폼이 있다면 우리에겐 이 한 맺힌 키보드와 블로그가 있다. 가진 것이라곤 돼지 등뼈와 감자뿐이지만. ‘일미(一味)'의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가진 것이라고는 쓰고 고치고 거절당하고 다시 시도하는 집념뿐이지만. ‘DReam And MAke it happen’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