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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멤버 Nov 08. 2019

회사 일로 밤새우면서 즐거워하는 이상한 동료

종종 집에 가서도 일을 합니다. 훌쩍 자정을 넘깁니다. 주말에도 합니다. 코딩을 하지 않으면 논문을 뒤집니다. 딱히 누가 뭘 시킨 것도 아닌데, 되게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몰입합니다. 그리고 이제 6년차인 이 동료는 300만 유저가 쓰는 국민명함앱 ‘리멤버' 운명을 여러 번 뒤집었습니다. 리멤버 빅데이터센터의 정주경 엔지니어 얘기입니다.


2016년의 일입니다. 리멤버는 명함 정보를 효율적으로 입력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리멤버는 명함 정보를 수기로 입력해주는 앱으로 유명해졌습니다. OCR(광학문자인식) 기술 기반 앱들과 달리 100% 가까운 정확도를 보여주며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거기에 만족할 순 없었습니다.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비용은 줄이고, 보안은 강화해야 했습니다.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그즈음 리멤버에 지원을 한 주경님은 입사 과제로 딥러닝을 통해 명함 입력 자동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회사는 주경님을 채용하고 과제로 낸 방안을 실제로 해보도록 기회를 줬습니다.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실제로 적용하기엔 무리였습니다. 방향을 바꿨습니다. 완전 자동화 대신 “새로 들어온 명함과 기존에 있던 명함이 일치할 경우 자동으로 입력되게 하자"는 전략을 짰습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론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명함의 생김새도 제각각이고,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종류와 위치도 모두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주경님은 팀 동료들과 두 달간 연구한 끝에 명함 매칭 엔진 ‘듀오’를 개발했습니다.


“세상에 우리보다 명함을 많이 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루 종일 명함만 보면서 ‘이름은 여기 있고, 부서는 여기 있구나' 이런 걸 파악했어요. 누가 보채지 않았는데도 퇴근하고서도 새벽까지 명함만 봤어요.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어서 그런지 그땐 너무 재밌었거든요. 덕분에 명함 입력 비용을 80% 줄이는 좋은 결과도 얻었어요.”


천재는 못 돼도, ‘상위 1%’는 될 수 있다.


주경님에게선 최고가 되고 싶단 강한 집념이 느껴집니다. 주경님이 살아온 궤적에서도 드러납니다.


“고등학생 때 어떤 목표를 삼아야 할지 고민했어요. 한참을 방황하다가 막연히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잡았어요. 단기적으론 서울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떤 과에 가고 싶은지 생각도 안 해보고 열심히 공부만 했어요.”


서울대는 못 갔지만,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이때부터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대학에 가서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를 알게 된 후로 프로그래밍에 푹 빠졌어요.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서 휴학까지 했죠. 밥 먹는 시간 30분 빼곤 종일 프로그래밍 공부만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우승을 못했어요. 절망스러웠죠. 세상엔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천재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살리에리가 된 느낌이었어요.”


좌절 끝에 목표를 고쳐 잡았습니다.


“천재가 되진 못하더라도 상위 1%가 되는 법은 명확하단 걸 깨달았어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면 돼요.”


열정을 계속 유지하는 방법


당연한 말입니다. 실천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의지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경님은 리멤버에 온 이후 4년간 열정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지치지 않고 계속 일하는 비결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의 장점은 기회가 열려있다는 점이에요. 가치 있는 기획이라면 전폭적으로 지원해줘요.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잘 정리해서 회사에 어필을 했어요.”


명함 분할이 그 사례입니다. 딥러닝 연구에 관심이 있던 주경님은 명함에 기재된 정보를 자동으로 분할하는 엔진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딥러닝을 통해 특정인을 식별할 수 없을 단위로 정보를 나눠 정보 유출 위험을 크게 낮추는 방안이었죠. 한 달간 관련 기술을 연구해서 회사에 제안했습니다. 회사는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주경님은 세 달간 밥먹듯 밤을 새워가며 개발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이 재미있었다고 회고합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 중 한 곳은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곳이었어요. 너무 재미없고, 의욕도 안 났어요. 지금 우리 회사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오래 일해도 덜 지치는 거 같아요.”


주경님은 명함 자동 입력, 자동 분할이라는 숙제를  풀어냈습니다. 하지만 흔한 표현으로 “여전히 목마르다"고 합니다.


“요즘엔 리멤버 커리어의 인재검색 서비스를 머신러닝으로 고도화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덕분에 연구 분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이런 식으로 최대한 많이 연구를 해두고 싶어요. 지금 해두지 않으면 리멤버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발전했을 때 필요한 일을 못할 수 있으니까요. 그땐 어딜 가도 전문가라는 소릴 들을 수 있도록 미리 성장해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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