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관계는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 이성 동성을 넘어 나 그리고 당신으로 연결된 모든 관계가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던 날들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다. 그이가 어느 날 갑자기, 별안간 날 떠나면 어떡하지? 난 심하게 상처 받을 거야. 그러니 내가 먼저 떠나야지. 별 일 없이 잘 지내다가도 그런 생각이 몰려오면 참을 수 없었고 야반도주하듯 모든 연락을 끊어내고 잠적해 버리곤 했다. 그러곤 몇 날 며칠을 커튼도 치지 않은 방에서 울고 또 울었다. 몸 안에 더 이상 눈물이 남아있지 않아 마른 소리가 날 때까지. 날 응원하고 아끼는 사람의 마음은 본체만체하고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매달렸다. 제발 날 좀 봐줘, 봐 달란 말이야. 사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이면 앞으로 남은 시간을 도대체 어떻게 보내야 한다는 거지? 아득하기만 한 시간들을 지나고 또 지나는 동안 다행스럽게도 마음의 고저는 많이 잔잔해졌고 이제는 애써, 지나치게 관계에 '덜' 매달린다. '안' 매달리는 건 영원히 어려울 것 같지만.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의 틈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돌아오는 길에 지나간 시간들이 스쳤다. 그렇게 애써 견뎌내 온 시간이 있으니 지금의 고통을 지나치게 크게 안으로 끌어들여오지는 말자고- 오늘의 마음에게 한번 더 작은 목소리로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