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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독서, 내 삶에 남긴 또 다른 흔적들

엄마의 서재 2, 새로운 여정

by Remi

어쩐 일인지 오늘은 새벽 다섯 시 반 불현듯 눈이 떠졌다. 아이들이 아직 꿈결 속을 헤매는 시간, 창밖은 어둠과 빛 사이에서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부엌에 내려놓은 따뜻한 제주 청귤차에서 은은한 향이 피어올랐고 나는 습관처럼 책장을 펼쳤다.


책을 읽는 일은 내게 오래도록 몸에 밴 습관이자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불안에 휘청일 때마다 문장에 기댔고 새로운 지식을 갈망할 때마다 한 권의 책이 나를 이끌어 주었다. '어렵게 시작해서 쉽게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이 바로 독서다.' 이 문장은 내가 스스로를 다잡을 때마다 속삭이는 주문과도 같다.




사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지 못했다. 생활의 크고 작은 일들이 몰려와 마음이 산만해지기도 했고 때로는 글을 쓰는 일조차 잠시 내려놓고 싶을 만큼 깊은 피로가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다시 다잡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갈망이 조용히 내 안에서 다시 자라났다. 어쩌면 글을 쉬었던 그 시간 덕분에 더 단단하고 진솔한 이야기로 돌아올 수 있는 것 같다.


지난 브런치북 엄마의 서재 1에서는 자기 계발서와 철학서를 통해 내 안을 들여다보고 성장을 기록했다. 이번에 준비하는 엄마의 서재 2는 제주의 고요한 풍경 속에서 펼쳐든 책들이 내 삶에 어떤 자취를 남겼는지 또 책 속 이야기와 제주라는 공간이 어떻게 겹쳐지는지를 담아보려 한다.




한라산 자락에 포근히 안긴 마을에서 읽은 소설은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설렘을 주었고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넘긴 철학책의 한 구절은 삶의 무게를 의외로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이토록 선명한 순간들을 글로 옮기지 않고는 도저히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이번 브런치북은 단순히 책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책을 읽는 나와 제주에서 살아가는 나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독서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면 제주는 그 단단함에 따뜻한 숨결을 더해주고 있다.

내 책상 위에 포개어진 책들을 바라보면 언젠가 이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 줄지 궁금하고 설렌다. 그 길 위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곧 엄마의 서재 2라는 이름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제주에서 책과 함께 살아낸 기록이 누군가에게 작은 쉼표가 되기를 그 쉼표 속에서 다시 걸어갈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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