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봄을 앞둔 코코의 생일

by Remi


코코는 2023년 12월 12일에 태어났다.
그리고 세 달쯤 되었을 무렵 2월 14일,

사람들은 사랑을 기념하는 날이라 부르는 그날,
코코는 우리 품에 안겼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너무 작아서 품에 안았을 때
이게 정말 생명인가 싶을 정도로 가벼웠고
숨소리는 조심스럽고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 작은 몸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나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다.
이번에는 정말 잘 키우자.
이번에는 끝까지 책임지자.

그 다짐이 벌써 세 해 가까운 시간을 건너
어제, 다시 한번 마음을 두드렸다.





어제는 코코의 두 번째 생일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코코와 함께 맞이한
세 번째 봄을 앞둔 생일이었다.

이제 코코는 세 살.
사람 나이로 치면 어느새 청년기에 접어든 나이다.
아기였던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코코는 빠르게 자랐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새삼스럽고
조금은 뭉클했다.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코코의 생일 이야기를 꺼냈다.

“코코 생일엔 뭐 해줄까?”
“케이크 만들어줄까?”
“산책도 오래 시켜주자.”

그 말에는 흥분도 있었지만
계획도 있었고 무엇보다 당연함이 있었다.

코코의 생일을
가족의 일정으로 생각하는 마음.
그게 나를 가장 울컥하게 만들었다.






생일 당일,
우리는 코코 맞춤 풀코스를 준비했다.

산책부터 시작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오래.
코코가 냄새 맡고 싶어 하면 멈췄고
돌아보고 싶어 하면 기다렸다.

아이들은 코코의 보폭에 맞춰 걸었다.
예전처럼 “빨리 가자”는 말은 없었다.
이제 아이들은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는 법을
너무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딸은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코코를 위한 케이크를 만들겠다고 했다.

코코의 최애 간식은 고구마.
딸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삶고 으깨고 모양을 잡고
위에는 코코 간식으로 조심스럽게 토핑을 올렸다.

사람 케이크처럼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이 아이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심 어린 사랑이 들어 있었다.





딸은 중간중간
코코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
“코코 많이 좋아하겠지?”

그 질문 하나하나에
나는 딸이 얼마나 깊은 마음으로
이 생일을 준비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케이크 앞에 앉은 코코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내뿜는 분위기!
집 안에 흐르던 온기,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평소와 다르다는 건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코코는 꼬리를 흔들었고 아이들은 웃었고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코코가 벌써 세 살이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실감 나지 않았다.

아기였던 코코, 손바닥보다 작았던 코코,
밤마다 숨소리 확인하며 잠들던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 사이 아이들은 자랐고
코코도 자랐고 우리는 함께 시간을 건너왔다.

시간은 늘 공평하게 흐르지만
책임은 선택한 사람에게만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선택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코코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있을까.

기쁨? 웃음? 위로?
물론 그 모든 것도 맞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시간을 함께 건너는 경험이다.
하루하루를 책임지는 연습,
사랑을 지속하는 연습,
쉽지 않은 날에도 돌아보는 연습.

아이들은 그 연습을
코코와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이 아이들은 언젠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 될 거라고.





코코의 세 번째 해는
그저 숫자가 하나 늘어난 해가 아니다.
우리가 선택한 책임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이다.

그리고 어제의 생일은 축하이자 다짐이었다.
앞으로도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코코는 오늘도 아무것도 모른 채
아이들 곁에 누워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아이의 삶이 우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애틋하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이렇게 매일 다시 선택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