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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을 때

부모가 먼저 물어야 하는 단 한 가지 질문

by Remi


사랑의 시작은 결정이 아니라 질문에서 온다

아이들이 처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귀여움으로만 시작된 마음이
얼마나 금세 흔들릴 수 있는지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 저녁, 아이들이 내 방으로 들어와
서투른 글씨로 적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각자 적어 내려간 약속들.
책임에 관한 결심들.
그리고 ‘우리가 코코를 사랑으로 지켜줄게’라는 문장.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이들에게 반려견을 허락하는 일은
‘키워도 된다, 안 된다’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건 아이들이 처음으로 책임 있는 질문을 건네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
돌아보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질문1. “강아지는 장난감이 아니야.”

(생명으로 대하는 마음)

아이들은 종종 반짝이는 마음으로 말한다.
화면 속 귀여움이 마음을 훅 파고들 때가 있다.
하지만 반려견은 인형도, 애완 용품도 아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강아지가 아프면 어떻게 할까?”
“숙제 많은 날에도 산책할 수 있을까?”
“네 기분이 나쁜 날에도 돌봐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건
귀여움을 얻는 일이 아니라
매일 같은 마음으로 ‘지켜주는’ 일이라는 걸
아이들은 그때 처음으로 배웠다.





질문 2.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책임의 자발성)

생명을 돌보는 일은
누군가의 지시로는 오래갈 수 없다.

코코를 데려오기 전 나는 아이들에게
누가 산책을 할지, 누가 밥을 챙길지 묻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정할 시간을 주었다.

그랬더니 둘은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눴다.
한 명은 사료 담당, 한 명은 산책 담당.

그리고 그 약속은
코코가 우리 집에 온 순간부터
의무가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책임은 말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마다 쌓이는 것임을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깨우치기 시작했다.





질문 3. “강아지도 말은 못 해도 마음은 있어.”

(감정 읽기)

아이들이 반려견을 원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그 강아지가 네 마음만큼 행복할까?”

코코가 처음 집에 왔을 때
소파 뒤에서 조용히 떨고 있던 모습을
아이들은 아직도 기억한다.
그 작은 떨림 하나에도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반려견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존재다.
그걸 읽을 줄 아는 아이가 되는 것,
그게 반려의 첫걸음이다.






질문 4 “반려견의 하루는 네 하루와 연결돼 있어.”

(시간 나누기)

아이들은 종종 자신이 할 일을 잊는다.
하지만 반려견은 잊지 않는다.
정해진 산책 시간,
정해진 밥 시간,
정해진 잠자리.

반려견이 가족이 된다는 건
한 생명의 하루와
내 하루가 연결된다는 의미다.

코코가 우리 집에 온 이후,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다가도
“코코 밥 시간 됐어.”
“오늘 산책은 내가 갈게.”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어른이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질문 5. “사랑은 잘해주는 게 아니라 오래 해주는 것이다.”

(지속성의 의미)

반려견을 키우는 일은
감정으로 시작되지만
지속성으로 완성된다.
특히 아이에게는.

비 오는 날에도
졸린 아침에도
놀고 싶은 저녁에도
그 책임은 그대로다.

하지만 아이들은
코코의 하루가 자신들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빨리,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아이 손끝에서 시작된 책임은
어른보다 더 진실했다.

그게 반려가 주는
가장 큰 성장이다.






그리고, 아이가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을 때 부모가 해야 할 일

허락하거나 반대하거나.
그 두 가지 선택보다 중요한 건
‘함께 고민해주는 시간’이다.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어떤 마음으로 대답했는지
아이에게 어떤 사랑의 기준을 보여줬는지.

반려견을 키우는 일은
한 아이를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아주 깊고 섬세한 과정이다.

코코가 우리 가족이 된 뒤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반려는 아이의 성장을 가장 아름답게 밀어주는 힘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시작은
늘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정말, 너는 그 아이와 함께할 준비가 되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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